[깊이보기] 윤 정부 '중·일→일·중' 순서 표기, 日 '중·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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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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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가 여야 등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 문서 등에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표기 순서를 중국-일본 순서에서 일본-중국 순서로 바꾼 것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최근 우리 정부에서 관례적으로 쓴 '한 ·중 ·일' 대신 '한 ·일 ·중'이라고 표기하는 문서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계속 '일 ·중 ·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일본 외무성〉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체로 '한·중·일' 순서로 문서 등에 표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일본을 앞에 두어 '한·일·중'으로 표기 순서를 바꾼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중·한'으로, 즉 한국을 마지막에 두는 표기를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외교부 업무보고 표기 중국·일본 순서 → 일본·중국 순서로 바뀌어

2022년 외교부 업무보고 10페이지 앞부분. '중·일·러'라고 표기돼 있다. 〈출처 : 외교부〉

지난해 외교부 업무보고 10페이지를 보면 '한미 공조 및 중·일·러 등 주요국과의 협력하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 메시지 발신'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중·일·러', 즉 순서는 중국, 일본, 러시아 입니다.

2023년 외교부 업무보고. 미 ·일 ·중으로 표기돼 있다. 〈출처 : 외교부〉


그런데 올해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9페이지에 '주요국(미·일·중) / 인태지역 대상 맞춤형 용복합 공공외교 및 과학기술 강국으로서'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작년엔 '중·일'이었는데 올해는 '일·중'으로 바뀐 겁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 및 최근 국제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업무보고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체부 자료 표기도 중국·일본 순서에서 → 일본·중국 순서로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재작년과 지난해에서 8월 보도자료까지는 모두 '한·중·일'로 표기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그런데 지난해 10월 '한·일·중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교류 협력 확대한다'를 보면 '한·일·중' 순서입니다. 일본이 앞으로 와 '한·일·중'인 겁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한·중·일'라고 써왔는데, '한·일·중 문화콘텐츠산업 포럼'이 정식 명칭이어서 이번엔 '한·일·중'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 일본 정부 표기는 중국·한국 순서 나열 기존 그대로

하지만 일본 정부는 변화가 없이 그대로 입니다. 최근까지도 '일·중·한'이라는 순서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게시 글. '일 ·중 ·한'3국간협력이라고 표기돼 있다. 〈출처 : 일본 외무성〉


지난달 일본 외부성 홈페이지 게시글을 보면 '일·중·한 3국 협력'이라고 돼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일 ·중 ·한 정상회담이라고 표기돼 있다. 〈출처 : 일본 외무성〉


3국 정상회의 관련해서 봐도 일본, 중국, 한국 순서입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일 ·중 ·한 연락사무소라고 표기돼 있다. 〈출처 : 일본 외무성〉

'3국 협력 사무국'에서도 일본, 중국, 한국 순서로 돼 있습니다. 세 나라 중 한국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표기입니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순서로 표기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일전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사와 중일전쟁을 연구한 송규진 고려대 교수는 일중전쟁이 아닌 중일전쟁으로 쓰는 이유에 대해 "싫어하는 나라를 (순서상) 뒤에 두는 관습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주미대사는 '한·중·일' 순서에 대해 "규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와 가까운 정도와 영향력 등을 고려해 관행적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현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양보를 해서라도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게 용어(표기순서)에 나타난 것"이라며 "굴욕 외교"라고 주장했습니다.

공문서 변화를 처음 인식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주갑)은 "역사 문제와 국민 정서 측면에서 일본을 먼저 거명하면 위화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일본을 먼저 쓰는 것을 일본이 신경도 안 쓰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국 정부만 국민이 평소 쓰는 표현을 무시한다고 비춰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학생 이성빈 (20·서울대)씨는 이와 관련해 “일본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한일중이라고 부르기에는 굴욕적인 느낌이 있다. 일본이 일중한이라고 부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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