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문화재’라더니… 알고보니 일본 제품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은제이화문화병'의 전면 모습. 연합뉴스

조선왕실 문화재로 여겨졌던 은 공예품이 실제로는 일본 제품으로 확인돼 14년 만에 문화재 등록이 말소됐다.

문화재청은 “이 유물의 바닥면에 ‘小林(고바야시)’ 압인으로 일본 도쿄의 고바야시토케이텐(小林時計店) 제품으로 확인돼 등록을 말소한다는 내용을 3일자 관보를 통해 공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일본 유명 시계점이자 미술품제작소인 고바야시토케이텐은 19세기 중반부터 시계를 비롯해 은제품이나 장신구 등을 궁내성 등 관청에 물건을 납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조사 보고서에 실린 유물 사진. 연합뉴스

1910년대 제작된 은제이화문화병은 164㎜ x 302㎜ 크기의 의례용기 화병으로 은과 금으로 만들어졌다. 목이 길고 몸통이 부르고 긴 목 양쪽에 귀가 두 개 달려 있다.

2009년 이 화병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문화재청은 “주석의 합금률이 높아 표면 광택이 밝고 기계로 생산한 제작방식과 대한제국 황실의 문장인 오얏꽃(이화·李花)을 두툼하게 붙여넣은 점에서 근대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며 “대한제국의 왕실에서 사용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1910년대에 제작한 것으로 당시 공예품 제작의 실상을 보여주는 유물로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은제이화문화병' 바닥 부분 '小林' 압인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병 바닥면에 고바야시의 압인이 찍혀 있어 학계에서는 이 유물의 재조사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학계에서는 오얏꽃 문양(이화문)을 가진 공예품은 일단 이왕직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을 비판하는 의견도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해당 압인에 대해 “등록조사가 이루어진 지 오래된 사안이기에 당시 상황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등록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재 현장 등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이 제시돼 재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화재 등록은 말소됐지만, 은제이화문화병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계속 관리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은 구입을 통해 (확보한) 이화문이 있는 은제 공예품을 소장하고 있다”며 “이화문이 장식된 이 유물은 박물관에서 계속 소장·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