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도 상대당 정치인 '용기' 중시…'개인에 충성 않는다'던 尹, 실천은 韓이"
"尹, 당대표 안되길 바란 韓 되자 계엄한 듯…성공했다면 軍政억압뿐"
과거 거대양당의 총선·대선 승리에 기여해 '킹 메이커'로 불리는 김종인(84)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조기 대통령선거가 이뤄진다고 전제할 것 같으면 한동훈 전 당대표를 능가할 만한 인물이 지금 국민의힘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이사장은 전날(17일)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 유튜브 채널 '언더 73'(UNDER 73 STUDIO)에 출연, 류제화 변호사·김준호 전 대변인 등과의 대담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가진 자질과 시대적 역할' 질문을 받고 이처럼 말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한동훈 당시 대표가 위헌·위법으로 규정, 군·경에 지시 불복을 촉구하며 즉각 저지한 점을 평가하면서다. 한 전 대표는 당 소속 의원 18명의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 요구안 표결 참여를 주도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본인이 '개인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이나 나라에 충성한다'고 얘기했는데 한 전 대표야말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구하고 국격을 위해 계엄을 해선 안 된다고 용기를 낸 것"이라고 짚었다.
또 "한 전 대표의 그날 행동을 내가 TV로 보다가 '저 사람 대단히 시민의 (모범이 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얘기했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저서에서) 찬양한 게 '용기가 있는 정치인이 굉장히 중요하다, 상대 당에 있더라도'"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이 국민의힘에 누가 있었나. 난 그게 그 사람(한 전 대표)의 제일 장점이라고(본다)"라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의 약점'으론 "본인한테도 얘기했지만 '윤 대통령과 뿌리(검찰 출신)가 같다는 게 제일 큰 약점"이라고 했다.
이어 "그걸 극복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건 경제·사회 여건에 보다 몰입해, '그 문제를 나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걸 국민 곁에서 얘기하고 '실생활을 어떻게 개선해 주겠다'는 구체적 비전 제시"라며 "모든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석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독일 형법학자인 구스타프 라드브루흐의 '법철학입문'을 들어 "(책에) 법을 전공한 사람은 가급적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돼 있다"며 "법을 전공해 너무 법에 의지하지 말라"고도 했다. 정치적 갈등을 사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양하란 취지다.
그는 "지금의 국민의힘의 상황을 보면 '진짜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나, 정당으로서 희망이 없다'고 본다"며 "자꾸 말로 중도니 보수니 이런 걸 따질 게 아니라 어떡하면 정당이 국민 속에 제대로 파고들어 지지세력을 확장할 건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 정치·경제 상황이 최악이 아닌가"라며 "경제의 근본 구조 변화를 가져갈 변곡점에 놓여있는데 정치가 혼란을 거듭해 일반국민 실생활에 굉장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계엄선포 이후 우리나라 전반적인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계엄사태의 경제적 영향으로 "자영업자가 20만명 가까이 사라진 상황에 놓였고 국제적으로 나라의 위상이 엄청나게 추락한 형편 같다"며 "계엄이 성공했다면 국민의 (물리적)저항이 계속 일어날 거고 억압적 방법이 아니면 해결할 길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평했다.
김 이사장은 "계엄이 실제 (목적대로) 이행됐으면 윤 대통령 스스로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민 저항이 심화되고 군이 국민을 제압하는 역할을 하면, 일반국민으로부터 지지 못받는 대통령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결국 옛날처럼 군정이 몇년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경제·외교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런 점을 냉정히 판단해놓는 게 국민이 가져야 될 자세가 아닌가"라고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했을 경우'의 심각성을 누차 강조했다.
비상계엄 강행 배경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실패한 다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자기가 미는 사람이 아니라 '전혀 안 되길 바란 사람'(한 전 대표)이 됐다"며 "행동반경이 없어졌다고 생각해 궁여지책으로 계엄을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원하는 (친윤석열계) 후보를 따로 만들었음에도 그 사람이 (당대표가)되지 않고 한동훈 당시 후보가 63% 압도적 다수로 당선됐다"며 "거기에서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는데 그걸 국민의힘은 참고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대권 잠룡들을 향해선 "대한민국이 경제·사회적으로 지금 어떤 위치에 있고 국민이 어떻게 느끼고 사는지, 어떻게 개선할지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보수 결집' 얘기 아무리 해봐야 의미 없다. 그거 한번 경험(미래통합당 총선 참패)해봤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