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발목잡혀 ‘경영 효율화’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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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5.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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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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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 4년 지나도… 서울교통공사 ‘적자鐵’ (中)

직원의 68%가 민노총에 뿌리

적자에도 노동강도 완화 요구

단체행동 참여 안하면 따돌림

근무시간 12분 늘자 “파업할것”

吳시장 ‘1000명 감축’ 자구안

노조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 효율화는 ‘강성’으로 평가되는 노동조합이 발목을 잡아 실현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7년 5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합병한 이후 공사 노조의 힘은 더욱 막강해져 조직 체계·인력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공사에 따르면 직원 68.9%가 민주노총에 뿌리를 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고, 17.9%는 한국노총이 근간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노조는 친노동 정책을 펼쳤던 박 전 시장을 뒷배로 통합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당시 서울시는 “이번 통합은 노·사·정이 함께 통합 골격에 합의해 실현한 국내 최초의 공기업 통합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노조에 지나치게 힘이 실린 데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와중에 노사는 올해 1분기 정기 노사협의회에서 “2021년 조직개편 시 본사 근무자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업무 및 인력 배치를 추진한다”고 의결했다.

또 공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선 이후 시 요구에 따라 직원 1000명 이상을 감축하는 경영개선 자구안을 만들었지만, 당장 노조 관계자는 “노조 권한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조 문화는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4호선 상계역 추돌사고다. 특별감사 보고서를 보면 “당시 기관사는 통합노조 지회장으로 공사노조에서 승무 시간 증가 반대 투쟁 때 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아 동료 기관사로부터 인신공격과 따돌림을 받는 등 대인 기피증으로 사고 당시 마주 오던 열차를 발견하고 상대 열차의 기관사와 마주치는 것이 싫어 차양막을 내리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채 열차를 운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 후 임금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6537만9000원이던 1인당 평균 임금은 2020년 7203만 원으로 3년 새 10.2%나 늘었다.

노조를 견제할 세력은 없다. 노조는 지난 2020년 1월 지하철 운전시간을 12분 늘리는 데 반대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결국 사측이 물러서며 일단락됐지만 노조의 힘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통합 당시에도 노조의 힘이 커져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와 시는 필수유지업무 인원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운전 영역의 비율은 통합 전후가 동일하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통합 과정에서 인력을 1000명 이상 줄이는 등 많은 희생을 했다”며 “강성 노조라는 시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뒤 시에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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