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31점 총무게 20t 특급 이송
기단 '사자상'도 함께 돌아와
옛 절터 세계문화유산 추진 속도
이번 지광국사탑 귀향은 지역을 벗어났던 국가귀속 문화재가 원래 있던 지역으로 환수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법천사지를 포함해 고려시대 번성했던 남한강 유역 3대 옛 절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탑을 이루는 33개의 부재 중 31개는 이날 오전 11시 대전에서 출발, '특급 이송작전' 끝에 오후 1시 46분 고향 원주에 안착했다.
이송된 부재 31점의 총 무게는 1만 9941㎏. 20t에 달한다. '동면 탑구석 하단'이 가장 먼저 원주 고향 땅을 밟은데 이어 상하층 기단 갑석 등이 차례로 차량에서 내려졌다. 기단 네 귀퉁이에서 지광국사탑을 지키는 '사자상'들도 돌아왔다. 탑과 떨어져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50년 넘게 잊혀져 있다가 복원 시작과 함께 빛을 본 유물들이다.
탑은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일본인에 의해 서울로 옮겨진 탑은 일본 오사카로 무단 반출됐고, 다시 일제에 의해 서울로 이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6·25 전쟁의 참화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전쟁 이후에도 섣부른 보수작업으로 서울 경복궁 뜰에 위태롭게 서 있던 탑은 2016년부터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져 정성스러운 보존·복원 작업을 마쳤다.
복원 과정에서 도전과 최초의 기록을 쓰며 학계의 비상한 관심도 모았다. 폭격으로 절반 이상 사라진 부재를 새로 제작해 채우고, 일본이 남긴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추녀의 각도를 쟀다. 전문가들이 전국을 누빈 끝에 원주 귀래면에서 필요한 석재를 찾았고, 국가무형문화재 석장부터 레이저클리닝까지 고전과 첨단을 아우르는 융복합 기술이 총동원됐다. 20년을 탑과 함께 한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지광국사탑에 사용된 화강암은 굉장히 특이한 암종"이라며 "사람으로 치자면 RH- 혈액형과 같다"고 했다. 5.2m 높이의 완전한 복원은 내년 하반기 이뤄질 예정이다. 최종 위치는 원주시역사박물관의 용역을 거쳐 원주시와 문화재청이 최종 협의하게 된다. 시기와 위치 등이 정해지면 이날 함께 오지 못한 2개의 핵심 부재도 잇따라 귀향한다.
이날 지광국사탑의 귀향 모습은 법천사지 경내에 서 있던 영원한 짝꿍, 지광국사탑비가 말없이 지켜봤다.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