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美정치권 압박에 선회
'가성비 공세' 中기업들 위축
韓기업 북미 입지 확대 전망
'포드 협력' LG엔솔·SK온 방긋
미국의 '간판' 자동차 제조사 포드자동차가 중국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와의 합작 공장 설립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반대급부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포드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마셜에서 짓고 있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공장이 경쟁력 있게 운영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건설을 중단하는 것이며 최종 결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포드는 테슬라를 넘어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미시간 배터리 공장에서 2026년부터 저비용 고효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현재 시행 중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데, 배터리는 올해부터 전체 부품 가치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워싱턴DC 정가에서는 중국 기술과 자본이 미국 내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에 흘러드는 것을 두고 논란이 가중돼 왔다. CATL을 비롯한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 자동차 기업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이 법을 우회하는 경로가 되고, IRA 취지를 해친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포드의 이번 결정으로 북미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는 이 같은 상황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포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협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IRA 발표 후 공격적으로 북미 시장 투자를 결정하고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북미에서 각각 연산 294기가와트시(GWh), 183.5GWh, 67GWh의 배터리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포드 간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각각 포드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사(JV) 블루오벌SK를 통해 연산 127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에서 포드, 코치와 함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