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도 주담대 금리 전격 인하 … KB는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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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12. 오후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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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발언 이틀 만에
0.8%P 인하…상단 6%대로
우리·하나·신한 이어 동참
KB만 금리 '나 홀로 상승'
우리 이어 두 번째로 높아
일각선 정부의 시장 왜곡 우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NH농협은행이 동참했다.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 개입성 발언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중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사실상 내리지 않은 곳은 국민은행뿐이다.

12일 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농협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5.12~6.22% 수준으로 낮아질 예정이다. 다만 실제로 적용되는 20일까지 준거금리(코픽스, 은행채) 변동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금리와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농협은행은 농업인·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초 각각 고정형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내렸다. 이날 기준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69%,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4.55%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 움직임의 일환이다. 10일 우리은행은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대출, 우리전세론, 비대면 전세대출, 우리WON주택대출의 우대금리를 높이고, 가산금리를 내려 실제 적용되는 금리를 13일부터 최대 0.9%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주담대·신용대출 일부 상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조달금리 변동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추세다. 그 결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순으로 높다. 금리가 7%를 넘는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아야 한다며 잇달아 압박했다. 이 원장의 시장 개입성 발언 외에도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은행들의 대출 금리를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5대 은행 중 주담대 금리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가계대출 강자'로 꼽히는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이날 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대다수 대출자가 선택하는 신잔액 코픽스 기준으로 연 7.05%다. 국민은행이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적용하면 상단은 6.75%로 떨어지지만 10일 사실상 대출 금리를 내린 우리은행의 주담대 상단(7.21%) 다음으로 높다. 금리 하단(5.35%)은 작년 5대 은행 중 최저였지만 이젠 신한(4.8%)이 더 낮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122조8803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금리 상승기에 '과도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주담대 금리의 '나 홀로 상승'을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하에서 서민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최근 과도한 개입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이 왜곡되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예대 금리 차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예금 금리 인상을 독려하다가 유동성이 은행권으로 쏠리자 그해 11월 갑자기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지도해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금리와 같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 개입은 대부분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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