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올해 7~10월 청년층 282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57%가 직장 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경험과 구직 의욕 모두 없는 청년은 14%뿐이었다. ‘쉬었음’ 청년의 다수는 직장을 다니고는 싶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청년 실업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미스매치라는 이야기다.
조훈 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은 “미스매치를 줄이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묻지마’식 입시공부 대신 자신의 적성을 살려 취업과 연계한 대학·학과를 택하는 진로·적성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지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원하는 공부 할 수 있어 행복”
2학년생 조현호(22)씨도 마찬가지다. 아홉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모터쇼에 갔다 ‘자동차광’이 된 조씨는 중학교 때 자전거로 왕복 4시간 거리의 BMW 드라이빙센터를 보러 다녔다. 친구들이 ‘인서울’ 대학에 진학할 때도 부모님을 설득해 이곳에 왔다. 지난 9월 자신이 꿈꿨던 BMW에 취업이 확정된 그는 “삶의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인생의 낭비가 없었다”며 “지금은 연·고대 간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했다.
김지현(21)씨는 특성화고 자동차과를 나왔다. “앞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는 기호품처럼 될 것”이라며 “‘드레스업(차량 외관을 꾸미는 것)’ 전문가가 되고 싶어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고 출신의 황영준(19)씨는 “대학 졸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걸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미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일찍부터 제 길을 찾는 건 아니다. 뒤늦게 입학한 김재동(35)씨는 “4년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공장·건설·물류 등 전혀 다른 일을 했다”며 “좀 더 빨리 자동차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명(21)씨는 “많은 친구가 성적에 맞춰 진학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돈과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닫는다”며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기업이 원하는 일할 사람은 부족
이 대학 장성택 교수는 현대차에서 7년, BMW에서 28년을 근무한 대한민국 명장(자동차정비)이다. 지난해 정년을 마치고 학교로 부임했다. 장 교수는 “‘할 것 없으면 기술 배워라’는 식의 인식이 미스매치의 원인”이라며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과학·기술인데,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계주 경기하듯 진로적성교육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독상공회의소 김영진 부장은 “한국은 뛰어난 인재와 높은 교육수준을 가졌지만 한쪽에선 실업난이 심각하고 다른 쪽에선 사람을 못 구한다”며 “미스매치는 결국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했다. “한국 내 독일계 기업들과 아우스빌둥을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주자동차대가 기업과 함께 운영하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아우스빌둥과 비슷하다. 박장우 취업지원센터장은 “우리 학교의 강점은 기업이 원하는 대로 가르치는 주문식 교육과정”이라며 “2학년 때 학생이 기업을 선택하면 90%는 취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2학년생 기준 BMW에선 100명을 요청했지만 61명밖에 못 보냈다”며 “학생이 부족해 기업의 구인 수요를 못 맞추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현장의 괴리 커
현장과 학교의 미스매치는 산업 전반에서 나타난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바이오산업의 기술인력 부족률은 6.3%다. 한국바이오협회가 150개 소속사를 조사해보니 인력 부족의 이유로 ‘직무 수행을 위한 자질 부족(18.1%)’, ‘해당 직무 전공자가 공급되지 않아서(17.1%)’ 등을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25∼34세 전공·직업 불일치율은 한국(50%)이 22개 대상 국가 중 1위로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