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부실시공 전관 해결이 만능 키?…악순환 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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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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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이대로 괜찮나①]
LH, 전관 카르텔 혁파 회의서 '철근 누락' 발표후 체결된 전관업체와 계약 전면 해지 선언
진행 중인 공모도 모두 중단시키고 '전관 배제' 골자로 한 내규 다듬은 후 재추진하기로
전관폐해, 철근누락 사태 주요 원인 맞지만…'전관 지우기'가 만능 해결사인지는 우려
'전관 손절'로 전관업체 빠르게 사라지면 구분 무의미…"'전관부터 잡자'식 접근, 부작용 있을 수도"
편집자 주
'순살 아파트'. 아파트 기둥에 들어가야 할 보강철근 누락이라는 어이없는 사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흔들리고 있다. 전·현직 직원의 땅투기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2년 만에 또 다시 불거진 대형 사건으로 인해 LH 쇄신에 대한 국민적 주문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CBS노컷뉴스는 LH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현주소와 전망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보강 작업 중인 LH 아파트 주차장.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LH 부실시공 전관 해결이 만능 키?…악순환 끊을 수 있나
(계속)


이른바 '순살 아파트'로 불리는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속도감이 붙고 있다.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전관예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미 완료된 계약까지 뒤집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전관 업체 체결 계약 '전면 해지' 선언한 LH…전관 카르텔 뿌리 뽑는 정부대책 10월중 발표


LH는 20일 열린 'LH 전관 카르텔 혁파를 위한 긴급회의'에서 최근 전관 업체와 체결한 설계와 감리 등 용역 계약 11건(648억원 규모)을 모두 해지한다고 밝혔다.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를 공개한 지난달 31일 이후에도 LH 발주 용역 공모에서 LH 출신 전관이 있는 다수 업체들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한 대응이다.
 
전관예우가 논란의 핵심인데, 전수조사 결과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관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비난이 일자 맺은 계약도 취소한 것이다.
 
LH 용역 전관카르텔 혁파 관련 회의서 인사말하는 원희룡 장관. 연합뉴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31일 이후 심사·선정이 된 부분까지 LH가 취소에 이르게 된 것은 앞으로 전관유착을 끊어내기 위한 강력하고 단호한 원칙의 표현"이라며 "양보 없이 과감히 근절해 나가겠다"고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LH의 대응은 전관 업체와의 계약 해지 뿐 아니라 진행 중인 공모와 앞으로 진행할 공모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찰 공고와 심사를 진행한 892억원 규모의 용역 23건도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LH는 취소한 용역과 앞으로 발주할 용역을 엄격한 전관 관련 내규를 신속히 개정한 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계약·심사 관련 내규를 신속히 개정해 용역업체 선정 시 업체에게 자사에 종사하고 있는 LH 퇴직자 명단을 내도록 함으로써 전관 업체의 수주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는 가점을 부여해 이익을 주는 방안은 내부 별도 방침으로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전관 업체가 용역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특례 승인을 거치는 방안까지도 추진할 방침이다.
 
LH 본사 입구. 연합뉴스

이번 국토부와 LH의 결정은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철근 누락 관련자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수사의뢰 절차를 빠르게 밟았고, 빠뜨린 단지명을 다시 공개하는 한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에 대한 각종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와중에 전관 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작업에 까지 착수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관 업체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퇴직자 취업제한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사실상 LH와 전관과의 연결고리를 아예 끊어내는 수준의 방안을 오는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전관 폐해' 있는 것 맞지만…전관에만 초점 맞출 경우 '부작용' 발생 우려도


정부가 'LH 전관 카르텔 철폐'를 기치로 발 빠르게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전관'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LH가 발주한 공사의 설계·시공·감리 등 전(全)단계에 걸쳐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한 작업과 관리·감독이지 '일단 전관을 모두 들어내고 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간 재취업한 전관의 연결고리 역할로 인해 전관 업체가 LH 발주 공사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따냈고, 수주 이후 단계에서 부실하게 일을 함으로써 철근 누락 등의 문제를 야기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만으로 '전관 업체 = 문제 있는 업체'와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응으로 인해 전관 업체들이 발빠르게 자사 소속 LH 전관들과의 결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머지 않은 시점에 현재와 같은 '전관 업체', '비(非)전관 업체'와 같은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전관 업체에 수주 특혜나 부실시공 관련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비전관 업체가 무조건 더 안전한 업체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H 이한준 사장조차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건과 관련해 "전관특혜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는 전관이 없는지 봤는데, 떨어진 업체에 오히려 더 전관들이 많았다"고 시인할 정도로 업계 전반에 전관이 만연해 있는 점도 문제다.
 
전관이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업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관 업체를 LH 발주 공사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할 경우 전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비전관 업체가 특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전관 업체를 봐주고, 그 봐준 현 직원이 다시 전관이 돼 부당한 이득을 얻는 악순환을 끊어낼 필요는 있다"면서도 "설계·시공·감리 과정에 대한 좀 더 제대로 된 관리·감독 방안 없이 자칫 '전관이 있는 업체는 다 때려잡자'는 식으로만 접근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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