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송진선 스튜디오드래곤 CP
韓드라마 최초 日감독 기용해
디즈니+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의 동명 웹툰(2019~2020)이 원작으로, 한쪽 눈을 빼앗긴 채 살해당했던 주인공이 미스터리하게 부활해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사람과 연결(커넥트)된 채 복수에 나서는 내용의 잔혹극이다. 정해인·고경표·김혜준이 주연으로 나서고,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제작을 맡았다.
공포·스릴러·코미디 등 장르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한 신체 훼손 묘사의 귀재로 꼽혀온 미이케 감독이 ‘커넥트’로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총 6부작 중 1·2화를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이 작품은, 한국 자본·원작 IP(지적재산) 작품이 외국 감독과 손잡고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K콘텐트의 지평을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K콘텐트의 창작자 국적이 한국 밖으로 넓어졌다는 의미다. CJ ENM이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연출로 만든 한국 영화 ‘브로커’에 이어서다.
아시아 익스트림은 2000년대 초반 영국의 한 독립배급사가 아시아 장르 영화를 유럽 시장에 소개하며 내세운 브랜드로, 한국의 박찬욱·김기덕·김지운,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등 표현 수위 높은 공포·스릴러가 주를 이뤘다. ‘커넥트’는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에 팬덤이 형성돼온 아시아 장르물에 대한 이런 이미지를 시장 개척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웹툰 원작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여신강림’ ‘부암동 복수자들’ 등에 참여해온 그가 ‘커넥트’ 웹툰을 점찍은 이유는 뭘까.
그는 원작 세계관의 확장성을 눈여겨봤다고 했다. “신체 부위가 이식됐다는 상황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커넥트’ 능력을 어디까지 확장시켜갈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미이케 감독과 시즌1을 하며 시즌2 이야기도 같이 고민했다. 왜 이 시대에 ‘커넥트’ 능력 아이들이 탄생했는지 근원적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확장해갔다”고 말했다.
일본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미이케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나란히 아시아 거장들의 공포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2004)에 참여하는 등 장르의 귀재로 꼽힌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극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 많다. 송CP는 특히 그가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든 사이코패스 공포영화 ‘악의 교전’(2012)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이 영화는 집단괴롭힘·성희롱이 만연한 고등학교의 한 교사가 한 학급 전체를 몰살시키려 하는 내용이다.
송 CP는 "‘커넥트’가 ‘악의 교전’ 톤으로 전달되면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Q : -작업방식의 충돌은 없었나.
송CP는 한국과 일본 간 다른 제작 시스템도 언급했다. 산업이 축소하며 저예산으로 운용돼온 일본 드라마 현장과 한국 드라마 현장은 규모부터 달랐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이케 감독이 한국에 올 수 없어 촬영 장소 헌팅을 그와의 화상 통화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무리 없이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된다’고 하지 않는 미이케 감독의 열린 태도, 그리고 김지용 촬영감독(영화 ‘남한산성’ ‘헤어질 결심’)을 비롯한 한국 스태프들의 노련함 덕분"이라고 송CP는 말했다.
연세대 법대를 나와 만화 스토리 작가로 출발한 송CP 자신도 14년 간의 드라마 경력을 총동원해 뛰어든 작품이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후속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이케 감독과는 ‘커넥트’ 시즌2뿐 아니라, 한국 웹툰 ‘이츠 마인’ 원작의 일본 드라마도 함께 만든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을 맡는다.
아시아 감독 뿐 아니다. 영화 ‘룸’(2016) ‘프랭크’(2014)를 만든 아일랜드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고스트 스토리’(2017) ‘그린 나이트’(2021)의 미국 감독 데이빗 로워리 등 독보적인 심미안을 갖춘 작가주의 감독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도전을 원하는 창작자에게 잘 맞는 IP를 제안하고 협업하면, 꼭 K콘텐트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엔 웹툰이라는 좋은 IP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틀에 박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협업이 앞으로는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