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만 들리는 일본 하네다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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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25.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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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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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역대급 엔저 효과에 10월 한국인 12만명 日 찾아
韓, 관광객 유치전략 못세우면 여행수지 더 악화될 우려


북적이는 일본行 창구 전례 없는 엔화값 약세에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무비자 입국까지 가능해지면서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12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25일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오사카행 비행기에 탑승 수속을 하려는 여행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25일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A씨는 여자 친구 B씨와 3박4일 일정으로 도쿄를 관광할 계획이다. A씨는 3년여 만에, B씨는 처음으로 도쿄를 방문했다. B씨는 "오늘 타고 온 항공편도 거의 만석이었고 주변에 엔저 영향인지 일본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네다 공항 내 관광안내센터 직원인 C씨는 외국인 입국 증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에 하루 평균 외국인 200~300명을 안내했다면 10월엔 500여 명, 이달엔 1000여 명으로 늘었다"며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한국 관광객이 하네다 공항을 사실상 점령했다. 기자의 귓가엔 한국 사람들 목소리가 쉴 새 없이 꽂혔다. 실제 지난달 일본 외국인 입국자 4명 중 1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는 등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된 데다 역대급 엔저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숫자(영주권자 입국 제외)는 전달의 2.4배인 49만8600명이었다. 지난달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이 12만290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방일 외국인의 24.6%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5만3200명), 홍콩(3만6200명), 대만(3만5000명), 태국(3만4100명), 베트남(3만8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여행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여행수지는 57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경상수지가 241억3000만달러 흑자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전체 해외 거래활동의 24%에 달하는 부분을 여행수지가 깎아먹은 것이다.

계속 치솟던 원화값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들의 인바운드 수요를 더 확대하기 위한 유치 전략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에 밀려 우리나라의 관광 유치 전략 중 하나인 한류붐 연계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국자 중 출장 목적인 사례도 적지 않다. 외식업체 직원인 D씨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고 나서 사내에서 일본 출장 수요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도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김포~하네다 탑승률은 지난 9월 57%에서 지난달 81%로 껑충 뛰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나리타 노선 탑승률도 지난 9월 58%에서 11월에는 85%로 큰 폭 상승했다. 두 항공사는 다음달 일본 노선을 증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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