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싸서 오피스텔 샀는데…조금 더 기다릴 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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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17.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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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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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가격·분양실적 곤두박질
"투자했는데 속앓이만"

오피스텔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약세
분양실적도 '부진'…10년래 가장 적어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 집값이 치솟던 2021년 내 집 마련에 성공하지 못한 강모씨(37)는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오피스텔이라도 투자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큰맘 먹고 서울 마포구에 오피스텔을 구매했지만 요즘은 마음이 편하진 않다. 오피스텔을 매수할 때보다 가격이 내린 데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일부 돌려달라고 재촉해서다. 그나마 받는 임대료는 오피스텔을 매수할 때 받았던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강씨는 "집을 사지 못했단 불안함에 오피스텔을 샀지만 지금에 와선 '조금 더 기다릴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 가격이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셋값, 월세 역시 하락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심지어는 분양 실적까지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기준 1분기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1.19% 내렸다. 전분기(-0.82%)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 중이다.

수도권 오피스텔 가격 낙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0.72% 하락에서 1.15% 하락으로 1%대로 내렸다. 서울은 1분기 0.81% 내렸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한 가운데 주택 규제가 완화하면서 오피스텔의 장점이 희석됐다. 인천(-1.16%)은 택지지구 내 신규 공급 영향으로 노후 물건을 중심으로 가격이 내렸고, 경기(-1.54%)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가 위축, 가격이 하락했다.

지방은 타격이 더 컸다. 지방 오피스텔 가격은 1.36%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모두 줄어들었다. 분양물량까지 쌓이면서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 대구(-1.58%), 부산(-1.38%)을 중심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2023년 1월 오피스텔 가격 동향 사진=한국부동산원

실수요인 전·월세 가격도 내리고 있다. 오피스텔 전셋값은 전국 기준 1.25% 하락했다. 서울(-0.94%)은 높은 금리에 따른 월세화 현상, 아파트 전셋값 하락에 따른 수요 이동 등으로 전분기보다 낙폭이 커졌다. 인천(-1.47%)과 경기(-1.54%) 역시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전셋값이 내리고 있다. 지방(-1.24%)은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부진하다.

전국 월세는 0.18% 내렸다. 서울(-0.05%)도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월세 선호 현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요가 빠져나간 게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천(-0.37%), 경기(-0.13%), 지방(-0.4%) 등도 월세가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와 실수요 모두 줄어든 점이 매매, 전세, 월세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최근 10년 전국 분기별 오피스텔 분양 실적 사진=부동산R114

민간 통계에서도 오피스텔의 부진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27% 하락했다. 10년 내 가장 많이 내렸다. 매매가격은 2021년 1분기 0.67% 오르면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다 지난해 4분기 하락 전환했다.

분양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1분기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1464실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282실)보다 80% 감소했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10년 간 1분기 평균 분양실적인 1만2723실과 비교하면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집값 상승기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공급부족 상황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았지만 작년 가파른 금리 인상과 오피스텔 DSR(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상품과 주거 대체재로서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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