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잡고 앉아 차림표를 보면 여느 중국요리 식당처럼 다양한 음식이 있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나는 갑오징어 짬뽕을 주문한다. 평소 중화요리 식당에 가면 주로 짜장면을 먹는데 이 집에선 언제나 한결같다. 짬뽕은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기만큼 내 마음에 들게 요리하는 집은 흔하지 않다. 선배와 식사 자리를 통해 알게 된 집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짬뽕 맛은 오랜만이라 참 반가웠다. 짬뽕 맛집으로 유명한 강릉이나 군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갑오징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홍합, 바지락 등 해산물이 가득하다. 여기에 콩나물, 양파와 같은 갖은 채소가 어우러진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먼저 맛본다. 사골 육수로 만들어 깊은 맛이 느껴진다. 진한 국물을 몇 숟갈 떠먹다 보면 속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맵지 않고 부드러운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갑오징어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다. 면발도 나무랄 데 없이 쫄깃쫄깃하다. 후루룩 먹다 보면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면이 당기지 않는다면 밥도 좋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먹고 나면 또 찾게 될 맛이다. 한 그릇이면 다른 요리는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배부르다. 혼자 방문하는 게 아니라면 깐풍기, 탕수육과 같은 요리와 함께해도 좋다.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다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갑오징어 짬뽕 한 그릇을 권한다. 봄꽃이 지기 전에 나도 다시 이곳을 찾아 짬뽕 한 그릇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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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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