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역시 부진을 보였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로써 연간 소매판매는 전년에 이어 2년째 뒷걸음쳤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제조업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투자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5% 줄어들어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주요 경제지표들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히 반도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제조업 생산이 올해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추세를 보면 미덥지 않아 보인다.
제조업은 수출·내수·설비투자의 원동력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버팀목이다. 이런 제조업 생산이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2차전지·인공지능(AI)·바이오 등 신산업은 적극 육성해야 한다. 좀비·한계기업 정리는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대못부터 뽑아 기업들을 뛰게 만드는 일도 화급하다. 그래야 제조업을 살리면서 저성장을 탈출하는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