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생산 최악… 구조조정·규제혁파 외 답 없다

입력
수정2024.01.31. 오후 7:09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작년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6.5%)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제조업 상황이 국가부도사태 첫해 만큼이나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이 지표로 입증된 셈이다. 이같은 제조업 위축은 반도체 부진 탓이 컸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에서 압도적으로 영향력이 큰 반도체 업황 부진이 제조업 생산을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은 전년 대비 5.3% 줄었다. 메모리 수요 부진과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경제 전체를 출렁거리게 했다.

소비 역시 부진을 보였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로써 연간 소매판매는 전년에 이어 2년째 뒷걸음쳤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제조업 생산과 소비가 동반 부진을 보이면서 투자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5% 줄어들어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주요 경제지표들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히 반도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어 제조업 생산이 올해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추세를 보면 미덥지 않아 보인다.

제조업은 수출·내수·설비투자의 원동력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버팀목이다. 이런 제조업 생산이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2차전지·인공지능(AI)·바이오 등 신산업은 적극 육성해야 한다. 좀비·한계기업 정리는 속도를 내야 한다.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 대못부터 뽑아 기업들을 뛰게 만드는 일도 화급하다. 그래야 제조업을 살리면서 저성장을 탈출하는 길이 열린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