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에서 '쿠바'가 사라졌다…한국과 수교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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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25. 오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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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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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 기념 재외공관행사 기사에 26개국 언급하면서 쿠바 누락

대화하는 북한-쿠바 정상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8년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왼쪽) 쿠바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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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한국과 쿠바의 공식 수교 후 북한 매체에서 쿠바 소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형제국'으로 여겨온 쿠바가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손을 맞잡은 데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북한이 쿠바와 거리를 두며 불만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쿠바가 등장한 것은 쿠바와 한국이 수교를 맺은 다음 날인 지난 15일이 마지막이다.

노동신문은 당시 6면에 쿠바의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비난했다는 소식을 다른 국제 뉴스들과 한데 묶여 짤막하게 보도한 이후 25일 현재까지 쿠바 소식을 싣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그간 쿠바와 관련한 소식을 꾸준히 전해왔다. 북한 주재 쿠바 대사관 행사는 물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의 동정, 유엔에서 쿠바 대사의 발언, 쿠바의 영웅 호세 마르티까지 '세계상식'으로 보도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쿠바의 수교 발표 이튿날 쿠바의 이스라엘 비판을 끝으로 더는 쿠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신문의 쿠바 언급 기피가 북한의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수교 발표 이튿날인 15일자에 쿠바 소식이 실린 것은 쿠바가 오랜 우방인 북한에 한국과 수교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거나 발표 직전에야 통보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교 소식이 14일 자정이 임박해 공개됐는데 15일자 노동신문 6면은 그 시점에 이미 제작돼 쿠바 기사를 미처 빼지 못했으리란 추측이다.

북한 간부들, 주북 쿠바 대사관 방문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23년 8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생일 97주년에 즈음해 북한 주재 쿠바대사관에 걸려있는 김일성·김정일과 카스트로 전 의장 사진 앞에 북한 외무성·국방성·대외경제성·대외문화연락위원회이 보낸 꽃바구니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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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6일을 끝으로 쿠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2번째 생일(2월 16일·광명성절)을 맞아 26개국 재외공관과 유엔 대표부에서 경축 행사가 열리고, 각계인사의 축하 방문이 잇달았다는 지난 23∼24일 보도에는 쿠바가 빠져있다.

북한이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김정일 생일과 같은 날에 조선중앙통신이 외국에서 열린 행사를 전할 때 쿠바를 생략한 전례는 흔치 않다. 오히려 쿠바 행사만 따로 떼어내 보도한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여러 나라에서 경축 행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할 때 쿠바를 제일 먼저 거론했고, 행사에 참석한 단체와 발언까지 소개했다.

다만 2021년 광명성절 경축모임 보도에서는 쿠바를 적시하지 않았는데, 이때 언급된 나라는 10여개국에 그쳤다.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쿠바에서 행사 개최가 여의찮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 '쿠바 혁명 승리' 65주년 경축집회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1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쿠바 혁명 승리 65주년을 맞아 경축 집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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