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방된 윤 대통령, 自重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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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10.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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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8일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돼 서울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내란 혐의로 체포·구속된 지 52일 만이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이고 검찰은 법정 구속 기간 만료 후 기소하는 등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석방은 불가피했다.

석방된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한남동 관저 앞에선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변호인단을 통해 “추운 날씨에도 응원을 보내준 많은 국민과 미래 세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도 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헌법재판소의 심판도 받고 있다. 석방은 절차적 위법성 때문이지 내란 등의 혐의를 벗은 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석방 때 보인 자세는 절제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고,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개선장군 같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겸허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장외 집회 등 외부 행사에 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온 나라가 둘로 쪼개져 있다. 전국에서 연일 탄핵 찬반 장외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에선 시위대의 폭력 난입 사태까지 벌어졌다. 야당들은 또다시 탄핵 카드를 꺼내 들고 장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3 계엄 선포 이후 본인이 직접 나서거나 변호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탄핵 심판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중요 쟁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어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헌재 심판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적 발언이나 외부 인사와의 만남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힘 또한 헌재를 비판·압박하며 불복을 부추겨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민에게 차분하게 헌재 결정을 지켜보자는 통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그것이 비상 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민 갈등을 치유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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