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가 나왔다' 신인 김준형은 웃는다 [SC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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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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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투구하고 있는 키움 김준형. 감독.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01/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에 서있는 신인은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오히려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마운드에서 배짱 하나는 두둑하다고 인정을 받았다. 투수로서 피하고 싶은 '강타자'가 나오면 오히려 '설렌다'고 했다.

'스타'는 아니지만, 조금씩 팀에 필요한 선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키움 관계자는 "앞으로 미래의 키움을 이끌 선수"라고 단언했다. 사령탑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단게를 밟아가면서 성장하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김준형(19·키움 히어로즈)은 "키움의 투수하면 김준형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미래를 그렸다.

◇ "한 번 나가봐" 우연히 찾아온 기회, 대형 신인을 만들었다

김준형이 야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사회인 야구를 할 정도로 야구 열정이 남다른 아버지를 둔 덕이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는 일이 많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꿈이 키워졌다.

본격적인 투수의 길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밟아갔다. 김준형은 "중학교 때까지는 투·타 둘 다 했었는데, 아무래도 투수가 더 좋더라"고 이야기했다.

착실하게 성장하던 그에게 운명같이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김준형이 속해있던 성남고는 8월 22일 마산 용마고와 봉황대기 8강전을 앞두고 있었다. 문제가 생겼다. 3학년 에이스였던 이주엽(두산)이 청소년 대표팀으로 떠나있고, 이종민(키움)도 투구수 제한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기회는 2학년이었던 김준형에게 돌아갔다.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라고 말한 김준형은 6⅔이닝 1피안타 4사구 3개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준형은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해보라고 힘을 주셨다"라며 "확실히 경기에 나가보니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빨리 배웠던 거 같다. 아마 그 때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돌아봤다.

당시 프로 구단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을 정도로 좋은 투구를 했지만, 고교 3학년 시절 갑작스럽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김준형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좀 밀리면서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연습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가니 아쉬운 모습이 이어졌다"라며 "솔직히 '멘붕'이기도 했다. 초조도 했다"고 떠올렸다.

고3 김준형은 10경기에서 24⅓이닝을 던져 1승 5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1차지명 후보로도 꼽혔던 그는 손에 땀을 쥔 채 2차 신인드래프트를 지켜보게 됐다. 학교에서 선수들, 어머니와 함께 TV로 간절히 자신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체 19번째. 키움 히어로즈가 2라운드에서 김준형의 이름을 외쳤다.

그는 "사실 너무 보여드린게 없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지명 된 거 같다. 그래도 프로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얼떨떨했다"라며 "되고서 어머니를 봤는데 솔직히 조금은 눈물이 찔끔 날 뻔 했다"고 웃었다.

키움 스카우트 팀은 "유연한 신체를 기반으로 원활한 투구 밸런스를 보유함. 밸런스가 장점인 선수로 향후 선발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준형의 잠재력을 높게 샀다.

성남고-이수초-성남중 시절 김준형(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준형 제공
◇ "이 성적에 1군이라고요?"

김준형은 1군에서 12경기 출장에 불과하다. 팬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부탁했다. 고민하던 그는 "지고 들어가기 싫어하는 투수"라는 답을 했다. "어떤 타자가 나와도 내 공을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유다.

프로 첫 선은 시범경기였다. 3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나와 1이닝 1볼넷 무실점을 했다. 선두타자부터 강력했다. 올 시즌 FA로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을 상대했다. 2볼-1스트라이크로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후 이원석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헌곤과 김지찬을 모두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프로 선수와의 정식 맞대결. 떨릴 법도 했지만 그는 "그런 긴장이 좋다"라며 "프로에서 첫 타자부터 대단한 분들과 승부를 펼쳐 굉장히 좋았다"고 웃었다.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에 들어갔다.

퓨처스리그 첫 경기는 악몽의 순간이었다. 두산과의 대결에서 ⅔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6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준형은 "아쉬움보다는 내가 왜 맞았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결과는 어쩔 수 없으니 문제점을 파악하는게 중요했다. 그런데 첫 경기는 아직도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퓨처스리그 20경기 21⅓이닝을 던져 김준형이 거둔 성적은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7.59.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그는 9월 16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솔직히 당황했어요" 갑작스럽게 1군에 올라가게된 그는 설렘보다는 놀람이 앞섰다. 그는 "솔직히 당황했었다. 2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왜 내가 올라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루 전 매니저님이 알려주셨는데, 조금 일찍 자는 편인데 잠도 안오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유는 있었다. 홍원기 감독은 "2군에서 그래도 꾸준하게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기록과 별개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좋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 시범경기 때 봤을 때에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선수"라고 콜업 배경을 말했다.

김준형은 처음 1군에서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만나서 가장 설렜던 선배로 박병호를 꼽았다. "대타자이시기도 하고, 학교 선배님"이라는 그는 "처음에 왔을 때 인사하는데 신기하게도 박병호 선배님이 '어디 고등학교 나왔냐'라고 물어보시더라. 성남고라고 하니 반가워해주시더라"고 웃었다.

25일 고척스카이돔에에서 KBO리그 키움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김준형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9.25/
◇ 데뷔전 첫 타자에게 홈런… "웃고 있던데요?"

많은 기대를 받았던 그는 데뷔전에서 그야말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지옥도, 천국도 경험했다. 김준형은 "다 해본 경기"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팀이 4-13으로 크게 지고 있던 6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로 노시환을 상대했다. 초구로 던진 시속 144㎞ 직구는 몸쪽 깊숙하게 들어가 볼이 됐다. 2구 째 직구 146㎞가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에 들어갔지만, 노시환이 이를 받아쳐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이후 제구가 흔들리면서 이성곤 타석에서 높게 들어가고 포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지기도 했다. 스트레이트 볼넷.

이대로 무너지는 듯 싶었지만, 이후 반전투가 펼쳐졌다. 최인호를 낮게 떨어진 커브로 삼진 처리한 그는 장운호와 정은원을 잇따라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홈런과 볼넷.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홍 감독은 "웃고 있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모습에 감탄했다.

홍 감독은 "고비를 어떤 식으로 넘기는지 보고 싶었다. 내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성장해야 되는 선수다. 한 타자라도 더 상대하면서 이닝을 끝내길 바랐는데 잘해줬다"고 홈런과 볼넷에도 교체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준형은 당시를 떠올리며 "송신영 코치님과 박정배 코치님이 '맞아도 상관없다. 신인인데 삼진 잡고 이러는 걸 바라는게 아니다. 신인답게 씩씩하게 던져라'라고 하셨다. 사실 홈런 맞고 볼넷까지 주니 '여기까지인가'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그러다가 삼진을 잡고 나니 '내 공이 통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운드에서 보였던 '웃음'에 대해서는 "가끔 마운드에서 웃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의식한 것이 아니라 강한 선수들을 상대하면 신나는 느낌이 나온다"라며 "매 순간 자신있게 던지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리그에서 상대하고 싶은 타자가 있을까. 그는 "각 팀의 에이스 타자는 모두 상대해보고 싶다"고 패기 있는 답을 했다.

롤모델은 조상우다. 그는 "선발은 아니지만, 던지는 폼도 와일드하고 공격적으로 승부를 보는 모습이 멋있었다. 나도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피칭이 좋아서 조상우 선배님 영상을 많이 봤다"고 밝혔다.

1년 선배인 두산 이주엽은 함께 맞대결을 펼쳐보고 싶은 선수. 아울러 타자로는 (나)승엽, (권)혁경 김준상 등 입단 동기 선수들을 들었다. 그는 "(나)승엽이에게는 한 번 져서 분한 상태"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1군에서 발전을 등렀다. 그는 "올해 1군 경험을 하면서 적응하는 게 목표였다. 올해는 2군에서 몸도 더 잘 만들고 내년에 완벽한 모습으로 1군에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라며 "1군에 올라온 만큼, 꾸준히 잘해서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5일 고척스카이돔에에서 KBO리그 키움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김준형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9.25/
◇ "감사한 분들 너무 많죠."

프로에 입단하기까지 김준형은 수많은 고마운 분들을 떠올렸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박 혁 감독님과 박성균 감독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김준형은 "박 혁 감독님은 중학교 3학년 때 였는데 많이 챙겨주셨다. 투수로 부상도 당하지 않게 관리를 해주시면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또 박성균 감독님은 고3 때 멘털적으로 흔들렸는데 진짜 많이 잡아주셨다. 오랫동안 고교 야구 지도자를 하시면서 많은 선수를 보셨던 만큼, 정말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관리해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가장 고마운 분은 단연 부모님이다. 김준형은 "아버지께서 사회인야구를 하실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으시다. 지금까지 내가 등판했던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실 정도"라며 "아버지도 공부를 많이 하고 계신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지난 경기에 대한 복기도 된다. 어머니는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많이 챙겨주신다. 밥 먹는 것부터 해서 정말 많이 백업을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김준형은 "감사하다. 꼭 효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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