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패대응 약화 우려" OECD 실사 자초한 '검수완박'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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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뇌물방지워킹그룹(WGB)이 국내에 실사단을 보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부패범죄 수사 역량을 점검하기로 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에 쌓인 부정부패 수사 기법이 사장되고, 고위직 수사가 부실해졌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제기구 실사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WGB는 검수완박 입법을 콕 집어 실사하겠다는 것이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리한 입법 과정과 부작용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WGB는 OECD 뇌물방지협약 가입국의 협약 이행 상황 점검과 법 집행기관 역량 강화를 협의하는 기구다. 한국은 1997년 뇌물방지협약 가입 후 WGB 평가를 받고 있다. WGB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22년에도 "검찰의 뇌물 범죄 수사·처벌 기능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을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수완박 이후 경찰 업무 과부하와 불분명한 책임 소재 등으로 수사가 지연되고 반부패 수사 역량이 약해졌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검수완박 시행 이후 신설된 검찰 반부패수사부는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와 주요 기업 범죄로 업무가 제한돼, 과거 정치인 등이 연루된 대형 사건을 처리하던 특별수사부에 비해 힘이 많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고위공직자 수사 공백 염려도 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기소 건수가 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1건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정도로 수사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좁히는 검수완박 법안은 처리 과정도 졸속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했고, 안건조정위원회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무력화됐다. 국가의 사법체계를 흔드는 법안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밀어붙인 것이다. 무리한 입법이 부른 수사 지연과 부패 대응력 약화 우려가 국제기구 실사단 방문을 자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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