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규칙 단순화·홍보 확대해야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를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이 1년을 넘었는데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는 312건으로 한 해 전(296건)보다 오히려 5.4%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은 언제 우회전해야 할 지 헷갈려하는 운전자가 많은 탓이다. 몰라서 어물쩍 지나가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낸다는 것이다. 인명피해까지 속출하자 보행자들도 길을 건널 때 신경을 곤두세운다. 불안한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 건널목에서 ‘등·하굣길 안전도우미’를 자처하는 풍경은 여전하다. 경찰은 “실효성을 논하기에 이르다”고 항변하기보다 법의 빈 틈을 메워야 한다.
입법 취지가 퇴색한 원인 중 하나는 복잡한 통행 규칙이다. 경기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0명 중 58.8%는 우회전 통행방식 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상황별 우회전 방법 6가지를 모두 알고 있는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많은 운전자가 잘못된 통행 방법으로 우회전하면서 사회적 혼란만 발생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과장된 게 아닌 셈이다. 멈춰선 운전자가 뒷차의 경적 탓에 떠밀리듯 주행하다 단속되기도 한다. ‘일시정지’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네 바퀴가 완전히 멈추고 속도계가 0을 가리켜야 하는데 대부분은 속도만 늦췄다가 적발돼 범칙금을 낸다.
운전자는 좌회전보다 우회전할 때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화물·특수차 같은 대형차는 더 그렇다. 우회전 교차로에 적치물이 즐비해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여기에 통행 규칙까지 복잡하면 법을 지키기 힘들다. 경찰은 운전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단순 명료하게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어려운 법을 지키라고 윽박지를 셈인가.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대폭 늘리고 횡단보도를 교차로에서 조금 더 떨어뜨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 보행신호 도입 확대 역시 검토할 만하다. 동서남북 4개 횡단보도(대각선 포함)에 한꺼번에 녹색 불이 들어오면 교차로에 차량 접근이 차단돼 교통사고가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