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부르는 ‘우회전 통행법’ 보완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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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망사고 오히려 14% 증가
복잡한 규칙 단순화·홍보 확대해야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를 의무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이 1년을 넘었는데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는 312건으로 한 해 전(296건)보다 오히려 5.4%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은 언제 우회전해야 할 지 헷갈려하는 운전자가 많은 탓이다. 몰라서 어물쩍 지나가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낸다는 것이다. 인명피해까지 속출하자 보행자들도 길을 건널 때 신경을 곤두세운다. 불안한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 건널목에서 ‘등·하굣길 안전도우미’를 자처하는 풍경은 여전하다. 경찰은 “실효성을 논하기에 이르다”고 항변하기보다 법의 빈 틈을 메워야 한다.
경기연구원이 설문조사를 통해 집계한 우회전 방법에 대한 정답률. 경기연구원 제공
국내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2년 104명에 달했다. 지난해 1월 22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우회전할 때 일시정지를 의무화한 이유다. 전방 신호가 빨간불이면 일단 멈춰야 한다. 전방 신호가 녹색이면 건널목 보행자 유무나 보행 신호에 따라 일시정지 의무가 달라진다. 운전자들이 특히 혼란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우회전 직후 또 다른 횡단보도를 마주칠 때도 보행자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위반하면 범칙금(4만~7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벌칙이 꽤 센 데도 인명 피해는 줄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망자 수는 119명으로 2022년보다 14% 증가(경찰청)했다. 지난 24일에는 부산 기장군 정관읍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탄 10대가 우회전하던 학원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입법 취지가 퇴색한 원인 중 하나는 복잡한 통행 규칙이다. 경기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0명 중 58.8%는 우회전 통행방식 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상황별 우회전 방법 6가지를 모두 알고 있는 비율은 0.3%에 불과했다. “많은 운전자가 잘못된 통행 방법으로 우회전하면서 사회적 혼란만 발생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과장된 게 아닌 셈이다. 멈춰선 운전자가 뒷차의 경적 탓에 떠밀리듯 주행하다 단속되기도 한다. ‘일시정지’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네 바퀴가 완전히 멈추고 속도계가 0을 가리켜야 하는데 대부분은 속도만 늦췄다가 적발돼 범칙금을 낸다.

운전자는 좌회전보다 우회전할 때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화물·특수차 같은 대형차는 더 그렇다. 우회전 교차로에 적치물이 즐비해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여기에 통행 규칙까지 복잡하면 법을 지키기 힘들다. 경찰은 운전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단순 명료하게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할 때다. 언제까지 어려운 법을 지키라고 윽박지를 셈인가.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대폭 늘리고 횡단보도를 교차로에서 조금 더 떨어뜨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 보행신호 도입 확대 역시 검토할 만하다. 동서남북 4개 횡단보도(대각선 포함)에 한꺼번에 녹색 불이 들어오면 교차로에 차량 접근이 차단돼 교통사고가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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