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찾는 이재명의 가증스러움 [기자수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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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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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2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 불참
'천안함 음모론자'들 대거 공천장 수여
마음 불편하면 불참하는건 자유겠지만
가는 곳마다 '채상병' 찾지나 말았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1일 광주 전남대 후문에서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서해수호의 날이 돌아왔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싸운 호국영웅들의 숭고한 뜻과 넋을 기리는 날이다. 2016년 제정된 이래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치러지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불참한다. 어디 물리적으로 참석하지 못할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날 오전 충남 서산에서부터 시작해 당진과 아산을 순회한다. 모두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평택과는 지척에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가지 않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대참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모두 참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기사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을 통해 공천장을 수여받은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 대표의 서해수호의 날 행사 불참이 의아한 일도 아니다. '천안함 음모론자'는 물론,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이러한 음모론을 더 이상 제기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워 한 후보까지 대거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선원 인천 부평을 후보는 천안함 폭침 두 달 뒤인 2010년 5월 라디오에 출연해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어뢰 피습'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는 물증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에는 중어뢰 장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 후보는 2010년 7월에 "'1번 어뢰'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언론"이라며 "집단적 담합이자 심각한 여론 왜곡"이라고 음모론에 가세했다. 조 후보가 거론한 '1번 어뢰'는 천안함 폭침 해역에서 수거된 북한 어뢰의 부품에 쓰여진 '1번'이라는 글자를 가리킨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서 쓰는 방식과 같다는 게 입증돼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조 후보의 사과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종면 인천 부평갑 후보는 2014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정치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문이 무색해졌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는데도, 북한에 대한 '정치적 비난'으로 천안함 폭침 음모론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며 발을 구른 셈이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가 공천장을 수여한 후보들의 면면과 과거 언동을 들여다보면 이 대표의 생각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산만 너머 평택이 바라보이는 당진과 아산을 돌면서도 굳이 서해수호의 날 행사 참석을 회피하는 행태가 놀랍지 않다.

다만 참수리 357정의 격침으로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해군 장병 47명이 순국한 천안함 폭침,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한 연평도 포격 도발…… 이로 인한 호국영웅들의 넋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불참하는 이 대표가 가는 곳마다 '채상병, 채상병'을 외쳐대는 가증스러운 행태만이라도 중단해줬으면 한다.

이 대표는 21일 광주광역시 전남대 후문 광장에서도 "대통령은 억울한 병사의 죽음을 위로해야 마땅하다"며 "이런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어느 부모가 내 자식을 마음 편히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을 꿈꾼다는 원내 1당의 당대표가 제2연평해전·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도발로 스러져간 호국영웅들의 넋을 기리지 않는 나라는 '나라 같은 나라'인가. 서해수호의 날이 내심 불편해 참석하기가 싫다면, 그런 이 대표의 참석은 호국영웅들도 바라지 않을테니 불참하는 것은 자유일 것이다. 그저 채상병의 순직을 정치적으로 물고늘어지는 가증스러운 언동만이라도 그만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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