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꼴날라”…만감류 ‘적기출하’ 자성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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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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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겨냥 조기출하 ‘비일비재’

영글지 않은 맛에 소비자 실망

성출하기 판매에 악영향 초래

감귤산업 전체 위기봉착 우려

제주도·농협 등 출하조절 지원 

고품질 농가엔 수취가 보장도

 
농민 문선호씨가 내년 2월초 수확을 앞둔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 가운데 프리미엄급으로 꼽히는 만감류 출하기를 앞두고 적기출하를 통해 감귤산업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선점 효과나 명절 특수를 노리고 일부 농가들이 영글지 않은 만감류를 조기출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소비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성출하기에 제대로 여문 만감류가 출하돼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우려는 올해 황금향 출하·판매 추이를 통해 어느 정도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황금향은 보통 10∼12월 수확해야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9월 추석 성수기에 맞춰 색이 옅고 당도가 덜 오른 황금향이 일찍 출하되면서 오히려 성출하기 소비까지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올 8월 황금향 출하량은 84t으로 지난해 같은달(68t)보다 약 23.5% 늘었다. 올해 추석이 9월10일로 지난해(9월21일)에 비해 11일 빨랐던 점을 고려하면 농가들이 명절 대목을 겨냥해 출하를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서귀포 위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로 출하돼 선별을 마친 한라봉.


문제는 조기출하된 황금향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후 맛과 향이 절정에 오른 시기에도 판매가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황금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10∼11월 매출액이 34억8600만원인데 올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27% 줄어든 25억3000만원에 그쳤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맛이 덜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이후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엿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1월말∼2월초가 수확 적기인 한라봉 또한 올 11월 107t가량 출하되는 등 만감류 조기출하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과 농가들 사이에서는 만감류 조기출하 현상이 해마다 반복된다면 만감류 산업 전체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승국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 감귤지도팀장은 “소비자는 고유의 향이나 맛을 기대하면서 만감류를 구매하는데 조기출하된 만감류는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적절하더라도 고유의 맛을 내기 어렵다”면서 “출하 초기 품질에 실망한 소비자들에게 재구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육을 촉진하고자 시설하우스에 난방을 가동하는 농가도 있는데 이는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농가들은 적기출하를 통해 감귤산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기출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서 9256㎡(2800평) 규모로 한라봉을 재배하며 내년 2월초 수확을 계획하고 있는 문선호씨(31)는 “시세가 높은 시즌 초반이나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하면 나중에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기출하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일반 상인과 거래하는 농가 또한 명절 등 상인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수확하기 때문에 조기출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만감류를 선보이겠다는 신념을 갖고 농가 스스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와 농협은 적기출하를 유도하고 조기출하 물량 품질관리를 통해 만감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한라봉과 천혜향을 3월 이후 출하하는 농가에 1㎏당 최대 500원을 지원하는 ‘출하조절 장려금 지원사업’을 시행하며 적기출하를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도내 지역농협들은 업무구역 내 조기출하를 원하는 농가를 순회하며 수확 전 표본조사를 진행해 당도와 산도 비율이 기준치를 충족한 물량만 출하되도록 협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또 고품질 만감류를 출하하는 농가에게 높은 수취가를 보장해줌으로써 적기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오영정 서귀포 위미농협 유통사업소 본부장은 “표본조사에서 표본 가운데 80%가 ‘당도 12브릭스(Brix) 이상, 산도 1.1% 이하’ 기준을 통과한 한라봉만 수확하도록 농가를 지도하고 있다”면서 “시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품질에 따른 1㎏당 농가 수취가는 최대 1500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2월 중하순이 재배 적기인 천혜향마저 내년 1월 설 대목에 출하되면 만감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고품질 만감류를 적기에 출하하는 문화를 정착해 농가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구축하고 소비자는 풍미 좋은 만감류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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