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민주당 불체포특권 포기 쇼[포럼]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더불어민주당이 혁신 포기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1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은 헌법적 권리인데 어떻게 포기하느냐”는 상당수 의원의 제동으로 혁신안을 무산시켰다. 당내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고육책으로 18일 의원총회에서 ‘조건부 포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해 ‘국민의 눈높이’라고 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지난 2월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정당한 구속 영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케이스탯리서치 조사(19∼20일)에 따르면,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57.1%로 절반을 넘었고, ‘정치 보복 목적의 정당하지 못한 수사’라는 응답은 36.3%였다.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49%, 부결은 36.8%였다.

이렇게 민심이 압도적으로 이 대표 수사가 정당하다고 했는데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이 지금 와서 ‘조건부 포기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한마디로 ‘특권을 못 내려놓겠다’는 꼼수다. 민주당의 ‘꼼수 결의안’과 김은경 혁신위는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첫째, 사실상 혁신위안이 거부된 것이다. 조건부 결의안은 당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요구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은 생략했고,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둘째, 방탄을 할지 안 할지 민주당이 마음대로 선택하겠다는 오만함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당한 영장 여부를 판사가 아니라 범죄 혐의자가 속한 정당이 판단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장관은 “특권 포기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국민들 보시기에 구차한 얘기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셋째, 혁신위가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혁신위는 의총 결과를 혁신위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신들이 제시한 1호 혁신안이 누더기가 됐는데도 이를 수용한 혁신위는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도덕성을 상실한 ‘이재명 대표 사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뜬금없이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 ‘이재명 지키기 방탄 혁신위’를 자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는 것은 부적절하다. 분열은 혁신 대상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낙계 설훈 의원은 “김은경 혁신이야말로 개혁 대상이다”라고 공격했다.

혁신은 없고 꼼수에 무너지고, 공명정대함은 없고 자중지란만 일으키며, 이재명 ‘사퇴’보다 ‘지키기’에 앞장서는 혁신위가 어떻게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 하는’ 혁신을 할 수 있겠나. 민주당이 진정 혁신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