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건강을 위협하는 적은 바로 ‘나 자신’
우리는 수많은 삶의 목표 중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건강은 빼놓지 않고 기원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픈 것을 싫어하며 큰 병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연스런 본성 때문인지 나도 어린 시절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했고 주사 바늘은 매서웠으며 약은 쓰디쓴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병원과 약국을 방문하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고, 성인이 된 지금은 삶 속에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렇듯 인생에서 ‘질병과 약’은 결코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에 대해 얼마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을까? 한 번쯤 크게 아파본 경험이 있다면 건강하게 숨쉬고, 먹고, 자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감사함이 오래가면 좋으련만 금세 잊게 되는 것도 인간의 본성인 듯싶다. 쉬운 예로 전날 과음으로 인해 극심한 숙취에 찌들어서 다시는 술을 안 먹겠다고 매번 맹세해보지만 망각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런데 아픈 것이 나 하나 고생으로 끝나는 문제라면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겠지만 큰 병은 연좌제처럼 주변 가족들까지 함께 고생하게 만들기 때문에 ‘건강을 잃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다. 단지 나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위해서라도 어떤 가치보다 ‘건강함’을 제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음에도 막상 실생활 속에서 건강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은 많다. 사실 크고 작은 다수의 질병은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부터 기인한다. 사소하지만 건강에 해를 입히는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서 질병으로 발전할 확률이 커진다는 뜻이다. 우리 몸은 ‘신체적 증상(불편함)’이라는 신호를 통해 우리가 지금 건강하지 않다고 알려준다. 즉, 불편함은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고 몸이 보내주는 신호인 것이다. 허나, 사람들은 약의 빠른 효능에 익숙해져 원인 개선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증상들만 호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몸의 신호를 외면한 채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불편함은 점점 만성화가 될 것이고, 어느 순간 더 이상 약으로도 개선되지 않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만성 질환은 삶의 질은 대폭 낮아지게 할 뿐 아니라 본래의 건강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진작 잘못된 습관을 개선할 걸 후회하곤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가 재테크, 자산관리, 자기계발에 공부를 쏟는 만큼 건강관리에도 어느정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못된 습관으로 만성 질환을 얻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 본인들이 항상 건강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들은 건강한 상태를 디폴트 값(저절로 주어지는 값)으로 착각하고 있다. 수치로 예를 들면 건강함이라는 값을 ‘0’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병이 걸리거나 아프게 되면 수치가 마이너스 값으로 떨어졌다가 약을 복용하고 병이 낫게 되면 다시 0으로 회복된다고 인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대 의학’을 과대평가하면서 아무리 건강 수준이 나빠진들 다시 0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의 수준은 고정되기보단 ‘변동되는 값’이 더 어울린다. 건강함은 ‘100’이라는 수준부터 시작한다고 가정한다면, 나이 듦에 따라 수치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고 감소한 수준에 맞춰 신체도 적응해간다. 여기서 건강 수치가 떨어지는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생활 습관’이다. 잘못된 생활습관(과음, 흡연, 스트레스, 과식, 운동 부족, 약물 오남용 등)은 떨어지는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 수준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게도 답은 바로 ‘건강관리’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어서… 밥벌이하다 보면 도저히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먹고 살기 쉽지 않는 세상에서 건강까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참 답답하다. 이런 저런 고민이 가득한데 건강까지 신경 쓰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건강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건강관리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역할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며 ‘불편한 진실’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이 건강을 관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적인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몸이 신호(불편함)’를 느꼈을 때 즉각적인 대응(병원이나 약국가기)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워낙 환자가 많다 보니 의사나 약사도 한 명의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환자 또한 짧은 시간 동안 본인의 이야기를 모두 꺼내 놓기 힘들고 충분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부족하다. 그래서 병원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약국에서 털어놓는 환자들도 많으나 그마저도 다른 환자들이 바쁘다며 빨리 끝내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 ‘빨리 빨리 민족의 현실’이다. 이렇게 짧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의사나 약사들이 택할 수 있는 설명법은 ‘원론적인 접근과 치료에 방해가 되는 변수들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들은 이렇게 느끼곤 한다.
의사와 약사는 오늘도 안 된다고 하네….
하던 것을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심보’가 생긴다. 안 되는 것은 알겠는데 왜 안 될까? 만약 하면 어떻게 될까? 어느 정도까지 하면 안 되는 거지? 이건 될까? 다양한 궁금증이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바빠 보여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속 시원하게 풀어줄 사람도 없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친한 의사나 약사가 있다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해본 적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의사와 약사가 되고 나니 주변 지인들로부터 꽤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이럴 땐 어떤 약 먹어?”에서 시작해서 질병에 대한 질문, 약에 대한 질문, 영양제 추천, 건강과 관련된 상식, 약 부작용에 대한 질문, 복용법에 대한 질문, 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질문, 백신에 대한 질문 등까지 질문의 유형과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일부 지인들은 병원이나 약국을 다녀온 후에 매번 ‘처방전’을 사진 찍어 보내주며 자세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설명서에 쓰여진 원론적인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이 본인의 상황을 판단해가며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믿고 먹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건강 서적을 찾아보기는 귀찮고 ‘쉽게 설명해줄 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친구들에게 구체적인 경험담을 담은 건강이야기를 해주면 약간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생각보다 흥미롭게 들어주곤 한다. 질문을 받다 보면 가끔 지인들은 귀찮게 해서 미안해하곤 하는데 실제로 우리에겐 매우 감사한 일이다. 지인들이 우리를 전문가로서 믿고 신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다 보면 ‘만약 주변에 정보를 제공해줄 지인이 없다면 어디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정보의 접근성이 좋아진 시대라고는 하나 인터넷에는 여전히 왜곡된 오개념들이나 광고들이 뒤섞여 있어 일반 사람들이 분간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그런 내용들을 보며 걱정도 앞섰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친구에게 해주던 ‘건강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환자를 대할 때와 지인들에게 설명해줄 때의 톤은 상이한 경우가 많다. 환자들에게는 근거와 지침을 기반으로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그 때문에 환자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간의 변수가 있을 것 같으면 대부분 ‘안 된다’라고 답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자의 자율성을 통제하여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한 지인의 경우에는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가 무작정 쉬면서 요양할 수도 없고, 아픔을 참아가며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에 치료의 관점에서도 약간의 융통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인들이라면 언제든 실시간으로 대응해줄 수 있기 때문에 ‘융통성’을 몇 스푼 넣어 ‘개인 맞춤형 상담’을 해줄 수 있다. ‘안 된다’를 듣고 온 친구들에게 치료에 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 정도까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느낌을 살려 이 책에도 융통성을 한 스푼정도 넣어 건강서적이 가지는 딱딱함을 유연하게 하고, 직접 겪은 사례들을 적극 활용하여 ‘친구에게 해주는 건강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보려고 한다.
이 책이 여러분과 가족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강준
조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