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 부진에 비용 과다 문제도국내 2호 투자계약증권 청약이 미달로 종료됐다. 첫 번째 투자계약증권 청약에 이어 두 번째도 발행사가 실권주를 떠안았다.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은 토큰증권(ST)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앞서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1호 작품으로 ST 청약을 한 아트투게더 역시 17.9%에 달하는 실권주를 떠안았다. 공모 당시 6.5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대금 납입일에 다수의 당첨자가 권리를 포기했다. ‘선 청약 후 납입’ 방식으로 공모를 해 뒤늦게 실권주가 많이 나왔다. 서울옥션블루는 증거금을 100% 납입한 사람에 한해 청약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꿨고, 그러자 청약 단계에서부터 미달됐다.
최근 미술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게 청약 미달이 잇따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구사마의 호박 1호는 지난해 3월 일본 마이니치옥션에서 66만2968달러에 팔린 뒤 가격이 하락해 최근에는 약 40% 낮은 40만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워홀의 달러 사인 8호도 2021년 11월 영국 소더비스에서 75만달러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반토막에 가까운 40만달러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됐다.
미술품 매매에 수반되는 감정료, 보관료, 운송료 등 거래비용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가 청약을 기피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번에 공모한 워홀 작품의 경우 공모금액 7억원 중 작품 매입 비용은 6억2623만원이다. 작품 가격의 약 10%인 7377만원은 매입에 수반되는 기타 수수료다. 팔때도 10% 정도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작품 가격이 20% 정도는 올라야 투자자가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ST 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술품을 투자 자산으로 다루기가 어려운 것일뿐, 다른 자산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수십개 기업이 부실채권(NPL), 지식재산권, 부동산, 조경수목, 한우 등을 기초자산으로 ST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내 ST 장외 시장을 법제화할 계획이고, 한국거래소는 ST 장내 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