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유커의 귀환, 반갑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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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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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이 풀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여파로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이 중단된 지 6년5개월 만이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지난 7월부터 월별 방한 외래관광객 수 1위로 올라섰으며(22만4000명), 8월에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까지 방한 규모 1위(2019년 602만명)였던 중국은 1인당 한국 여행 중 지출 경비가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8% 높아 관광 수출 진작을 위한 핵심 시장으로 꼽혀왔다. 덕분에 여행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세점, 테마파크, 식당 등이 반색하고 있다.

정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중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겨냥해 중국 현지에서 K관광 마케팅을 다변화한다. 올해는 베이징(9월 13일)과 상하이(9월 15~17일)에서 K관광 로드쇼를 열고, 2024년에는 중국 내 5개 도시로 확대해 개최키로 했다. 특히 올 연말까지 중국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발급 수수료(1만8000원 상당)를 면하고, 2024년부터는 사후면세점에서 환급이 가능한 최소 기준금액을 인하(3만원→1만5000원)하며, 즉시환급 금액 한도는 상향(1회 50만원→70만원)해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더욱 촉진할 계획이다. 출입국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한·중 항공편을 증편하고 현재 입항 신청 중인 중국발 크루즈의 접안부두도 신속하게 배치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개별 여행 선호도가 증가하고, 단체관광 역시 유형과 목적에 따라 소규모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진화하는 중국인 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중국인 방한 수요가 높은 K컬처와 K푸드, K뷰티 등의 특화된 체험으로 관광시장의 질적 도약을 도모할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현지 여행사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국관광 설명회와 상담회를 릴레이 개최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업계에서도 다양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관광설명회를 개최하거나 특별 환대주간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커의 귀환은 반길 일이다. 관광 수입 증가와 관광수지 적자 규모를 축소시키는 등 국내 관광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된 상태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 인력과 설비 등 자산이 상당수 빠진 자리에 중국 단체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 대처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심리나 행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한국 물가는 올랐고 유커의 구매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중국인들 사이에도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자유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 유커의 ‘큰손’ 파워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에 대해 비공식적 보이콧을 시작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주변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달라진 상황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에 따른 ‘훈풍’에만 기대고 있다 보면 돌발 변수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 뻔하다.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에게 공을 들이는 등 다변화 작전이 이어져야 한다. 관광객 수에만 얽매이지 말고 저가 관광과 불법 숙박 예방, 바가지요금 없애기 등 관광의 질적 향상을 통해 만족도 제고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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