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살아나면 지방 공공의료 거점 역할 가능"
의사단체 주장해온 '외과·소아과·응급실 수가' 올릴 듯
반대 심한 '공공의대·지역의사제'는 대책서 제외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정부가 내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2023.10.15 utzz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지역 의료 강화와 의료진 달래기 차원에서 국립대 병원의 의사 인력·임금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의사단체가 주장해온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 수가(酬價·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료행위 대가)를 올려줘 '의료계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와 국립대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국립대병원에 대한 '정원 규모', '총액 인건비'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에 속해 있다.
이에 따라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필요한 정원 규모를 보고하고, 정원 조정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총액인건비를 정부가 정하는 인상률 한도에서 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병원들은 민간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의사 인력에 줄 수밖에 없고, 민간 병원 유출 심화로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의사 인력의 정원·임금 규제가 없어지면 우수한 의사 인력을 국립대 병원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과 민간병원 유출 심화를 막고, 지방 국립대 의대의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지방에서도 서울대, 서울아산, 서울성모,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으로만 몰려들면서 지방의료 인프라가 붕괴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규제 완화 방식으로는 국립대병원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방법, 의사 인력에 대해서만 정원 조정 협의와 총액인건비 규제 대상에서 빼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25 ksm7976@yna.co.kr
만약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된다면 국립대병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정부의 출원금이 투입되고, 거액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국립대병원이 관리·감독에서 제외하는 것인 만큼 우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인력에 대한 규제만 없앤다면 병원 내 다른 직종들의 반발이 나올 전망이다. 파업 중인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장이 의사 임금만 총액인건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는 교육부 산하에 있는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산하로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국립대 병원이 지역 공공의료의 거점이나 필수 의료 핵심 역할을 하게끔 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립대 병원이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 의사에 대한 정원·임금 규제 완화는 19년 만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과 맞물려 의사단체들의 반발을 잠재울 대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정부는 이와 함께 의료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한 수가 인상과 신설 등의 대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는 의료 수가, 인프라, 정주 여건 등이 문제"라며 "복지부가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의료 수가부터 손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공공정책수가'와 손실에 대한 사후보상 제도 확대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정책수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지역 특성이나 수요·공급을 반영해 보상하는 체계다.
의사단체들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인상해야만 이들 분야로 우수한 의사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던 지역의료 강화 정책은 언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공공의대는 입학 후 일정 기간 공공의사로 근무할 것을 전제로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지역의사제는 역시 특정 지역 복무 의무를 부여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공공의대 도입은 의사 단체 등이 가장 민감하게 반대하고 있는 정책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계획을 발표했다가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끝에 좌초된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관련 내용이 빠지는 것은 의대 정원에 따른 의사 반발을 무마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정부와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를 하면서도 공공의대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 대상도 아니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3.1.26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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