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 선택 권리’에 대한 신중하고 폭넓은 논의 필요
판아흐트 전 총리는 2019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부인 역시 여러 병으로 고통받는 나날을 보내다 서로 상대를 남겨두고 떠날 수 없어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판아흐트 전 총리 측은 밝혔다. 현지 언론은 “삶의 질이 악화된 데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말고도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정도가 이런 방식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그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이고 병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다 환자가 간절히 원해야 가능하다는 등의 기준이 있다. 안락사가 일찍이 허용된 스위스는 의사 처방을 받아 환자 자신이 스스로 실행하는 ‘조력 자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존엄한 죽음 인정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에콰도르 최고 법원은 모든 안락사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중남미에서는 쿠바와 콜롬비아가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도 의사 조력에 의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은 대통령이 의회의 합법화 법안 입법을 두 차례 거부했지만 결국 지난해 5월 세 번째 시도 끝에 통과시켰다.
우리의 경우도 ‘좋은 죽음’에 대해 점차 길이 열리는 모습이다. 2008년 이른바 ‘김 할머니’ 재판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제동을 걸었고,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사전연명 중단 서약을 한 사람이 120만명 가량 된다고 한다. 또 국민의 80% 이상 안락사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락사는 종교적, 윤리적 문제로 쉽게 결론을 도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 역시 인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신중하고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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