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복사해서 붙이다 실수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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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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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건 등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재발의해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 위원장에 대한 세 번째 탄핵안 제출인데,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처음 탄핵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까지 됐지만 다음 날 스스로 철회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추가 본회의에 동의하지 않아 투표가 불가능해지자 이미 보고된 안건을 철회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지난 28일에는 두 번째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엉뚱하게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써 냈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을 아무 생각 없이 ‘복붙(복사해 붙여 넣기)’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한다.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이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탄핵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위원장의 위법이 드러난 것이 없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효력 정지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는 것만으로 처분권자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나. 같은 안건을 같은 회기 내에 재상정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 본회의에 올라간 안건의 철회는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민주당은 정권을 잃고 6개월도 안 돼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고, 국무위원의 3분의 1 가까운 사람들에게 탄핵을 위협했다. 행안부 장관은 실제 탄핵 소추까지 했지만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됐다. 이 위원장 탄핵 건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어이 탄핵 소추를 하는 것은 심판 기간 동안 이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총선에서 자기들 편을 들어줄 방송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탄핵안을 표결하겠다는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 놓은 일정이다. 이 위원장 탄핵으로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법정 처리 시한(2일) 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탄핵당해야 할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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