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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가상과 현실의 접점에서 만난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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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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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17:5764 읽음

한남동 갤러리아노브에서 《Available ID》전이 개최되었다. 가상과 현실의 접점이 많아지고, 상호침투하는 오늘날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의 전시였지만, 감각적으로 펼쳐낸 이야기는 관람객들의 호응을 일으켰다. 그 결과, 5월 7일부터 5월 19일까지로 예정되었던 전시 기간은 26일까지로 연장되었다. 국내의 357PARTMENT팀이 기획하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에이전시 CGI™, 그룹 1080p, 독일의 Stacie Ant가 참여하여 펼쳐낸 이야기와 이미지가 자신만의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YCK는 전시의 기획자이자 참여 작가로서 활약한 357PARTMENT, 그리고 미국에서 참여한 CGI™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Available ID》 전시전경
357PARTMENT
357PARTMENT는 《Available ID》전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팀을 소개해주세요.

357PARTMENT는 사람형상(figure)과 문화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의 형태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창작 팀입니다. “부분의 가치를 찾는다”라는 슬로건 아래 패션, 연극, 아이돌 등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아트워크를 선보여 왔습니다. beauty, reality, alive 등 다양한 키워드를 대입해보며 프로젝트에 따른 적절한 형상을 제작하는 것에 가장 몰두하고 있어요. 미술을 전공한 김태기, 공예지, 김지원, 김가빈, 김형주, 이지수 6인이 팀을 이루고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창의적인 영감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57PARTMENT
이번 전시는 디지털 시대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에게 기획 의도를 알려주세요.

‘오늘날 디지털-인터넷 시대의 정체성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가 전시의 주제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오늘날 사회에서, 정체성의 역할과 경계에 대한 탐구가 기획의 시작이었죠. 가상의 인물이 지닌 정체성과 디지털 문화를 결합하여, 감상자에게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참여 작가들은 인터넷에서 수집하거나 생성한 인물들을 가공하고, 물리적 형식으로 구현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디지털’스럽지만, 동시에 물리적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이미지들이 전시장에 배치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불분명성을 선보이게 됩니다. 쌍방향적으로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초기 인터넷 시대가 보여줬던 가능성인 비물리성에 대한 기대를 지우고, 물리적이고 전통적인 예술의 형태로 회귀시키는 것이에요.

《Available ID》 전시전경
그러한 관심사는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357PARTMENT의 작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주변을 둘러보면, 사실적으로 재현된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처럼 현실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 느껴지는 가상이 많이 보입니다. 반면, 레트로한 디지털 이미지들이 패션문화와 자주 접목되는 등, 오히려 현실의 사람들이 가상의 캐릭터들을 모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주체가 바뀌어 보이는 듯한 이러한 현상들에서 흥미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작한 포스터 초안 작업이 〈#0000FF〉입니다. 현실과 가상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실은 이상을 만들었다 : 비너스(보기에 아름답고) : 아름다움 : 현실적인 이상
이상은 가상을 만들었다 : 게임캐릭터(소통할 수 있으며) : 인공지능 : 이상적인 가상
가상은 현실을 만들었다 : 로봇(만질 수 있다) : 이상적 현실 : 가상적인 현실

현실은 이상을 모방한다
가상은 현실을 모방한다
이상은 가상을 모방한다

《Available ID》 전시전경
이번 전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협업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전시를 실현하기 위한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CGI™은 현실과 가상의 인물을 조합하고 분해하며, 웹서핑이나 컴퓨터 이미지를 베이스로 작업하는 팀으로 그동안의 활동과 이번 전시 기획이 잘 맞았어요. 전시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는 CGI™의 아티스트가 작업한 것인데, 저희 팀명을 번역기로 돌린 듯한 ‘대한민국 357층 아파트’라는 뜻 모를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컴퓨터가 해석한 언어처럼 느껴졌기에 그 이미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시 개막 다음 날인 5월 8일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포스터 이미지 가운데에 자리한 변형된 남성 얼굴 이미지의 실제 모델에게서 연락이 온 거예요. 노마(@nomahan)라고 현 에스팀 소속의 모델분인데 우연히 이미지를 보게 되었고 사용 출처를 물어보셔서 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협업 중인 미국 팀이 제작한 아트워크로, 구글링을 통해 검색된 이미지를 편집하였고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미지라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저희로서는 그 이미지에 포함된 남성 얼굴이 실제 인물인지, CG로 제작된 가상의 인물인지 여부도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실존 인물에게서 연락이 오니 당황스러웠던 경험입니다. 이번 전시 주제인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에서의 정체성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경험이기도 했기에 더욱 인상 깊습니다. CGI™와의 협업은 이번 전시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CGI™ 외에도 CGI™과 함께 활동하는 음악 듀오 1080P, 독일에서 활동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Stacie Ant(@whosthereplease / stacieant.com)도 이번 전시에서 함께했습니다.

CGI™이 작업한 포스터 이미지
CGI™
한국의 독자들에게 CGI™을 소개해주세요.

CGI™는 뉴욕을 중심으로 패션, 시각 예술,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게임 및 음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회사입니다.

가상의 인물 ‘Shelly’가 전시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Shelly’에 대해서 더 알려주세요.

Shelly(Osa)는 CGI™ 유니버스에서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중 하나로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 단편 영화, 게임에 등장한 인물입니다. 시그니쳐 모션 캡처 헬멧을 착용한 최초의 캐릭터로 이번 전시에서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개될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될 것입니다. 357PARTMENT와 협업으로 서울과 뉴욕에서 개최하는 행사에서 Shelly는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Available ID》 전시전경
CGI™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대한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이외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동료를 얻는 것이죠. 357PARTMENT와의 협업이 한 차례 전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미 진행된 전시만큼이나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기대가 큽니다.

《Available ID》 전시에서는 357PARTMENT 외에도 1080p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080p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1080p는 Sea Light Air 및 JustDante로 이뤄진 뮤지컬 듀오 그룹으로 CGI™ 하의 아트 팀입니다. CGI™의 의류 컬렉션이 출시되는 해 말에는 앨범 및 뮤직비디오/단편 영화가 함께 제공되는데, 1080p의 음악 및 사운드 디자인은 CGI™의 광고, 영화 및 기타 프로젝트에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기억할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덮었지만, 이번 전시와 관련된 기획들을 망치지는 못했습니다. 전시회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전시를 최고의 행사로 만들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매일매일 얻었고, 이를 전시장에서 잘 구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미지 및 영상 제공: 357PAR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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