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불구 농사 포기 못하고… 거래 어려워져 농지가격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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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06. 오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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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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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잡자고 규제 대못박은 농지거래

#1. 가족과 주말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농지를 구입하려던 A씨.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 바로 구매하려 했지만 중개사로부터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농업경영계획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계획서를 작성하고 심의를 신청했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농지취득자격증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결국 농지 구입을 포기했다.

#2. 2년 전 주택 구입을 위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농민 B씨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이 생겨 땅을 팔기로 결심했다. 중개사무소에 땅을 내놓고 기다렸지만 땅은 팔리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면서 다른 농민들이 농지를 늘리려 하지 않고, 외지인이 농지를 구입하기 까다로워지면서 수요가 없었다. 결국 땅은 경매에 넘어갔지만 경매로 취득하더라도 자격증이 필요해 유찰이 계속됐다.

지난 2021년 LH 투기사태를 계기로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토지를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된 농민과, 농지를 구입하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수요자 모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화된 요건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하고 1000㎡ 이상 농지는 '전업농민'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가족 중에 농업종사자가 있더라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라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올해 4월까지 매매거래가 진행된 농지(전답) 필지수는 8만4397필지로, 2년 전 같은 기간(15만6444필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주말농장과 세컨하우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농지 구입을 원하는 수요는 늘어났지만, 자격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구입을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농업을 그만두거나, 채무 상환 등을 위해 농지를 판매하려고 하는 농민들도 늘었지만, 수요층이 제한되면서 거래 성사가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농지 가격이 폭락하고,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토지도 늘어나고 있다.

농지 경매 건수는 작년 월 평균 2000여건에서 지난달 2547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경매로 농지를 취득할 때에도 취득자격증이 필요해 경매에서의 인기도 급감했다. 지난달 농지 매각률과 매각가율은 각각 23.87%, 73.56%로 2년전과 비교해 매각률은 10%포인트, 매각가율은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지 구매 수요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지 크기와 비례해 농막이 일정 규모를 넘거나, 휴식공간이 바닥공간의 25%를 넘으면 주거시설로 간주해 불법 농막으로 규정한다.

농막으로 전입신고를 하거나 야간취침, 숙박, 농작업 없는 여가시설로의 이용 등을 하는 경우에도 불법 농막으로 본다. 이로 인해 농지 구입 이후 세컨하우스를 짓거나 주말농장을 위한 숙박시설을 세우는 행위가 금지된다.

강원도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 A씨는 "농지를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고 이번 개정을 통해 농지의 장점을 또 하나 없애려 한다"며 "농지에 집을 짓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농사와 생활을 병행하는 공간은 좀 더 유연하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농지 취득 요건에 이어 농막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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