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친모 21㎏ 될 때까지 폭행한 아들, 살인 후 미소지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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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22. 오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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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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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 "자신의 방치 행위로 母사망 숨기기 위한 행동"
서울남부지법, 아들에게 징역 10년 선고…원심판결 불복 항소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지난해 12월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50대 양 모 씨(51·남) 선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피해자는 양 씨의 친어머니다. 지난해 1월 13일 향년 81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2021년 건강검진 당시 키 155㎝에 몸무게 38㎏이었던 피해자는 사망 당시 체중이 21kg까지 줄었다.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 양천구에서 단둘이 살던 모자 관계에 금이 나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초기엔 부모와 자식 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법한 단순한 이유였다. 양 씨는 어머니가 별 이유 없이 욕을 하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잔소리할 때마다 폭언을 했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는 2023년 8월부터 증세가 악화되면서 칩거 생활을 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아들의 일방적인 학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양 씨는 자신이 가르쳐준 대로 행동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이를테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전자레인지, TV 리모컨 등 제품 사용법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랬다. 사소한 일상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로 어머니를 때렸다. 폭행으로 어머니는 점차 거동은커녕 식사조차 정상적으로 못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건강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양 씨는 법적으로 어머니를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치매 안심센터에 전화해 치매 검사 여부만 확인할 뿐이었다.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가자는 여동생 말도 듣지 않았다.

급기야 어머니 사망 당일, 숨 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집을 나왔다. 약 12시간 동안 마트와 사우나를 다니며 이 사실을 외면했다. 다음 날(14일) 오전 3시쯤에서야 시신을 끌어안고 택시를 탔다.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야 한다'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사에게 거짓말을 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로부터 어머니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인 행동은 자신의 방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료감정 결과 어머니는 사망 당일에라도 속히 병원에 갔다면 생존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양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폭행과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양 씨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행위는 살해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될 정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으로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점, 고령으로 치매를 앓는 피해자를 홀로 장기간 돌봐 온 사정, 피해자 딸이자 여동생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됐다.

그럼에도 양 씨는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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