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 사진 티빙
지난달 23일 공개된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은 지금까지의 학원물과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갈등이 학원물의 큰 틀이라고 할 때,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액션의 파괴력에 방점을 둔다.
여기에는 극의 균형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윤가민(황민현)의 캐릭터가 있다. 이른바 ‘먼치킨’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어렵게 어렵게 적을 제압하는 모습보다는 한 방에 막힌 갈증을 푸는 카타르시스에 집중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포스터. 사진 티빙
■ 쟁점 1. 왜 황민현이었나?
결국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못 하고, 착하지만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윤가민을 누가 그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장훈 감독의 선택은 워너원, 뉴이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연기로 전업한 황민현이었다. 황민현은 심지어 지난해 군 복무를 시작해 홍보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
“윤가민 캐릭터는, 말 그대로 ‘맑은 눈의 광인(狂人)’ 캐릭터에요. 제작사에서 처음 추천을 받았는데, 만나보고 그 광기를 알게 됐죠. 눈으로만 봐도 보이는 이 똘끼와 충만한 광기가 사람의 꿰뚫는 부분이 있어요. 실제로도 어렸을 때부터 ‘사람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라’는 교육을 받았대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연춣한 이장훈 감독. 사진 티빙
공부를 하고 싶어하지만 천부적으로 싸움에 강한 윤가민 캐릭터를 위해 황민현은 체력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촬영을 마쳐놓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한 탓에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어떠한 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의 입장에서도 마냥 공개시기를 늦출 수 없었다.
“민현씨가 12월 소집해제인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어요. 주인공도 없는 상황이라 ‘홍보는 글렀구나’ 싶기도 하지만, 흥행은 인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캐릭터의 힘, 작품의 힘으로 밀고 가기로 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 쟁점 2. 실제 학교 로케 촬영, 그 뒷이야기
원작에서도 비슷하지만 ‘스터디그룹’의 배경은 한 유명한 학교가 배경이다. 그 위치와 이름은 정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이 학교는 실제 지역에서도 학생들의 거친 모습으로 전설 아닌 전설을 만들어왔다. 이 감독은 이 학교의 사진을 보고 그 아우라에 단번에 마음을 정했다.
“실제 지역 분들은 보시면 아실 정도로 유명한 학교라고 해요. 유인환 작가님 역시 그 인근에 사시면서 아셨다고 하더라고요. 헌팅을 했는데 가민이 처음 등교를 해서 학교에서 받는 위압감을 생각하다가 그 사진을 보고 진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심이 깊었던 학교에서 절대적으로 반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교감선생님께서 제 이전 연출작 ‘기적’을 좋게 봐주셨더라고요. 학교가 좋게 변한다는 메시지는 살린다는 다짐으로 실제 학교를 썼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촬영장소 섭외뿐 아니라 캐스팅에서도 모험을 거듭했다. 황민현이나 한지은 등 이미 정해진 몇 개의 배역을 제외하고는, 주요 학생 역할은 모두 오디션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정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배우 시스템을 저인망으로 훑었다.
“기획사에서 주시는 영상을 보고 성에 안 차서, 공개 오디션으로 전환을 했어요. 각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매니지먼트 쪽에서는 모든 연습생까지 긁어서 모두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죠. 프로필도 없는 친구들도 다 볼 정도로 원석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 친구들이 현장에 적응하고, 친해지는 모습이 짜릿했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연춣한 이장훈 감독. 사진 티빙
■ 쟁점 3. 그래도, 폭력은 미화될 수 있는가?
유쾌한 학원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폭력에 대한 화두는 마저 떨칠 수 없다. 만화에 기반한 설정이지만 조직폭력배 집안의 후계자가 학교를 지배하고 공권력은 여기에 쉬쉬하며, 학생들의 서열은 싸움으로 결정되는 약육강식이다. 무엇보다 피가 꽤 많이 등장한다.
“‘기적’ 이후에 제안받은 작품이었어요. 액션을 하고 싶을 때였죠.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하고 싶었고, 오프닝과 엔딩에 힙합음악이 들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학원물을 보면서 가장 힘든 점이 ‘괴롭힘’을 보는 거거든요. 이 시간이 길어지면 고통스러우니까 판타지 느낌으로 최대한 공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관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그래도 현실과의 연결고리는 빠질 수 없다. 기간제 교사 이한경(한지은)은 스터디그룹을 매개로 학교의 변화를 추구하고, 이는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교감 등의 저항을 받는다. 과연 공부가 아닌 폭력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가. 연출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보는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해볼 화두다.
“‘일진미화’나 ‘폭력에 대한 미화’는 대본이 나온 이후부터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최대한 비현실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출했습니다.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과 쓰지 않는 방향을 한경 캐릭터를 통해 설명하려고 했죠. 폭력을 쓰는 이유에 대해, 사실처럼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람이고 연출방향이었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지난달 23일 공개된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은 지금까지의 학원물과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갈등이 학원물의 큰 틀이라고 할 때,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액션의 파괴력에 방점을 둔다.
여기에는 극의 균형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윤가민(황민현)의 캐릭터가 있다. 이른바 ‘먼치킨’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어렵게 어렵게 적을 제압하는 모습보다는 한 방에 막힌 갈증을 푸는 카타르시스에 집중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포스터. 사진 티빙
■ 쟁점 1. 왜 황민현이었나?
결국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못 하고, 착하지만 싸움에서는 압도적인 윤가민을 누가 그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장훈 감독의 선택은 워너원, 뉴이스트 출신으로 지금은 연기로 전업한 황민현이었다. 황민현은 심지어 지난해 군 복무를 시작해 홍보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
“윤가민 캐릭터는, 말 그대로 ‘맑은 눈의 광인(狂人)’ 캐릭터에요. 제작사에서 처음 추천을 받았는데, 만나보고 그 광기를 알게 됐죠. 눈으로만 봐도 보이는 이 똘끼와 충만한 광기가 사람의 꿰뚫는 부분이 있어요. 실제로도 어렸을 때부터 ‘사람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라’는 교육을 받았대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연춣한 이장훈 감독. 사진 티빙
공부를 하고 싶어하지만 천부적으로 싸움에 강한 윤가민 캐릭터를 위해 황민현은 체력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촬영을 마쳐놓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한 탓에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어떠한 행사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 감독의 입장에서도 마냥 공개시기를 늦출 수 없었다.
“민현씨가 12월 소집해제인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어요. 주인공도 없는 상황이라 ‘홍보는 글렀구나’ 싶기도 하지만, 흥행은 인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캐릭터의 힘, 작품의 힘으로 밀고 가기로 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 쟁점 2. 실제 학교 로케 촬영, 그 뒷이야기
원작에서도 비슷하지만 ‘스터디그룹’의 배경은 한 유명한 학교가 배경이다. 그 위치와 이름은 정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이 학교는 실제 지역에서도 학생들의 거친 모습으로 전설 아닌 전설을 만들어왔다. 이 감독은 이 학교의 사진을 보고 그 아우라에 단번에 마음을 정했다.
“실제 지역 분들은 보시면 아실 정도로 유명한 학교라고 해요. 유인환 작가님 역시 그 인근에 사시면서 아셨다고 하더라고요. 헌팅을 했는데 가민이 처음 등교를 해서 학교에서 받는 위압감을 생각하다가 그 사진을 보고 진짜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심이 깊었던 학교에서 절대적으로 반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교감선생님께서 제 이전 연출작 ‘기적’을 좋게 봐주셨더라고요. 학교가 좋게 변한다는 메시지는 살린다는 다짐으로 실제 학교를 썼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촬영장소 섭외뿐 아니라 캐스팅에서도 모험을 거듭했다. 황민현이나 한지은 등 이미 정해진 몇 개의 배역을 제외하고는, 주요 학생 역할은 모두 오디션으로 뽑기로 한 것이다. 정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배우 시스템을 저인망으로 훑었다.
“기획사에서 주시는 영상을 보고 성에 안 차서, 공개 오디션으로 전환을 했어요. 각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매니지먼트 쪽에서는 모든 연습생까지 긁어서 모두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죠. 프로필도 없는 친구들도 다 볼 정도로 원석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 친구들이 현장에 적응하고, 친해지는 모습이 짜릿했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을 연춣한 이장훈 감독. 사진 티빙
■ 쟁점 3. 그래도, 폭력은 미화될 수 있는가?
유쾌한 학원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폭력에 대한 화두는 마저 떨칠 수 없다. 만화에 기반한 설정이지만 조직폭력배 집안의 후계자가 학교를 지배하고 공권력은 여기에 쉬쉬하며, 학생들의 서열은 싸움으로 결정되는 약육강식이다. 무엇보다 피가 꽤 많이 등장한다.
“‘기적’ 이후에 제안받은 작품이었어요. 액션을 하고 싶을 때였죠.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하고 싶었고, 오프닝과 엔딩에 힙합음악이 들어가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학원물을 보면서 가장 힘든 점이 ‘괴롭힘’을 보는 거거든요. 이 시간이 길어지면 고통스러우니까 판타지 느낌으로 최대한 공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관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스터디그룹’ 한 장면. 사진 티빙
그래도 현실과의 연결고리는 빠질 수 없다. 기간제 교사 이한경(한지은)은 스터디그룹을 매개로 학교의 변화를 추구하고, 이는 기존 시스템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교감 등의 저항을 받는다. 과연 공부가 아닌 폭력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가. 연출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보는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해볼 화두다.
“‘일진미화’나 ‘폭력에 대한 미화’는 대본이 나온 이후부터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최대한 비현실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출했습니다.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과 쓰지 않는 방향을 한경 캐릭터를 통해 설명하려고 했죠. 폭력을 쓰는 이유에 대해, 사실처럼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람이고 연출방향이었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