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서정가제인데 하루키 책을 60% 할인해 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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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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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할인 15%에 묶여 있지만
김영사 재정가 통해 하루키책 등
14종의 도서 60% 할인 이벤트
정가제 개편 논란 속 경쟁 우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가 60% 할인 판매 중이다.
“14권의 책 모두 신간만 아닐 뿐 우리에게 위로가 될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정가에서 50% 인하, 여기에 메이커스 추가 10% 인하한 가격에 준비했습니다.”

정부에서 도서정가제 개편에 관한 논의에 불씨를 댕긴 가운데, 국내 대형 출판사가 현행 도서정가제를 우회해 책을 반값에 파는 이벤트를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사는 1일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14권의 구간을 60% 할인해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세계적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의 경우 정가는 1만3500원이지만, 재정가를 통해 50% 할인된 65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여기에 도서정가제가 허용하는 할인 범위인 10% 추가 할인을 통해 60% 할인된 5850원에 판매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문서 ‘보살핌의 인문학’‘나란 무엇인가?’, 소설 ‘미니어쳐리스트’‘캣퍼슨’ 등 김영사의 스테디셀러 다수가 이번 할인 이벤트에 포함됐다.

할인 판매를 개시한 지 만 하루 만에 구매자가 5000명을 넘어섰고, 1만부 이상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기준으로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와 ‘여행자’의 경우 준비된 도서가 매진됐다.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한 ‘반값 할인’은 도서정가제의 위반은 아니다. 2020년 11월 개정된 현행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재정가 허용기준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한 바 있다. 1년 이상 지난 구간의 경우 가격을 다시 매기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재정가 도서가 교보문고, 예스24 등 기존 서점에서는 원래의 가격으로 팔려 ‘이중 가격’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할인 정보를 접하지 못한 소비자는 기존 가격에 구매 하고, 이벤트 구매 대상자만 할인을 받아 책을 구매하는 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양이를 버리다’는 기존 서점에서 정가에 판매되고 있다.
기존에도 몇몇 출판사들은 세계문학전집이나 전집류 도서 등을 홈쇼핑이나 네이버쇼핑 라이브 등의 할인 판매를 위해서, 해당 도서 세트의 ISBN 바코드를 별도로 받아 이중 가격으로 판매하는 할인 이벤트를 종종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개별 도서의 이중 가격을 책정해 ‘재고 정리’에 나서는 대형 이벤트를 기획한 건 도서정가제 개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현행 할인 폭 제한에 대한 불만이 크고, 할인 이벤트에 대한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출판계에서는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도입 직전 구간의 80~90%에 이르는 무제한 할인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졌던 사례를 고려할 때, 하반기 개편 논의를 앞두고 출판사들의 ‘출혈 경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윤리적으로 이중 가격을 통해 책을 파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냉정하게 도서정가제는 출판산업 생태계의 보호를 위한 제도인데, 9년 전처럼 정가제 개편을 전후로 다시 할인 경쟁이 벌어진다면 출판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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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미술 분야를 취재하며 '미술시장 완전정복'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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