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조건 꺼낸 우크라 "크름반도 경계까지 탈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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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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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보좌진 "크름반도 경계까지 회복하면 대화"
지난해 평화 협상 결렬 이후 가장 분명하게 대화 조건 제시
서방에서는 푸틴 더 자극할까 걱정
지난해 12월 5일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 대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다리 복구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름반도 경계까지 회복하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가 크름반도를 공격하면 전쟁이 더욱 길어지고 격렬해질 수 있다며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 대통령실의 안드리 시비하 부비서실장은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대화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전장에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크름반도 행정구역 경계까지 도달하면 그 다음에 크름반도의 미래에 대한 외교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비하는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우크라 군대가 크름반도를 직접 해방하는 대안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 대통령 고문은 유럽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5~7개월이면 크름반도 문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침공한 이후 수도권 인근에서 러시아를 격퇴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남부 자포리자주와 동부 도네츠크주를 포함한 4개 주를 부분적으로 점령하고 있으며 우크라군이 크름반도 경계에 닿으려면 헤르손주 남부를 탈환해야 한다. 크름반도는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러시아의 핵심 요충지였으며 옛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 영토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크름반도 확보를 강조했고 지난 2014년 2월에 불법 주민투표를 통해 크름반도를 합병했다.

우크라와 러시아는 튀르키예의 중재로 평화 협상을 시작했으나 우크라 수도권에서 러시아군의 학살 현장이 발견되자 지난해 4월부터 협상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같은해 9월에 점령한 우크라 4개 주를 러시아 연방에 편입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다음달 푸틴과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차기 러시아 지도자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에 무기와 돈을 지원하던 미국과 유럽은 전쟁이 길어지자 우크라와 러시아 모두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러시아 군이 침공 전 국경 밖으로 물러나면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있으며 크름반도의 미래를 외교적으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반격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11월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 영토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FT는 시비하의 발언에 대해 지난해 4월 협상 결렬 이후 우크라가 밝힌 가장 뚜렷한 대화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문은 푸틴 역시 크름반도를 양보할 수 없다며 우크라군이 크름반도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경우 핵무기 같이 극단적인 수단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역시 우크라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영국의 팀 우즈 해군 소장은 크름반도 문제에 대해 “집중배치된 러시아 병력과 우크라의 군사 능력을 감안했을 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 싱크탱크인 신유럽센터(NEC)의 알료나 게트만추크 소장은 서방이 러시아를 더 이상 자극하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 군대가 크름반도 경계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이를 지연시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동맹들이 우크라에 지원하는 무기와 지원 속도를 재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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