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황 장기화 대비 ‘워룸’ 가동
포스코·현대重도 위기 대응 나서
산업계가 비상 상황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실적은 바닥을 향해 가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한 비용은 계속 증가세다.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까지 경색 조짐을 보이면서 운영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의 한국 주요 IT기업은 3분기에 ‘어닝 쇼크’를 맞았다. 글로벌 빅테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기업들은 최소한 내년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불황의 터널이 지금부터 펼쳐진다는 점,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복합위기라는 점, 언제까지 침체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LG전자는 다음 달에 ‘워룸’을 가동할 예정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마치 전쟁 상황실을 연상케 하는 ‘비상경영 상황실’을 두는 것이다.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도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권오갑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같은 달에 포스코그룹도 비상경영을 내걸면서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대책을 수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4분기 실적도 우려되지만, 기업들은 이제부터 불황 터널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26일 말했다.
당장 기업들은 감산, 투자 축소로 빠르게 움직인다. 재고가 늘자 주요 생산설비의 가동을 줄이고 있다. 내년 투자계획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영상기기 가동률은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치인 74.4%에 그쳤다. LG전자도 2017년 77.9% 이후 최저치인 80.4%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올해 시설투자를 5조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자금 경색’ 우려까지 고개를 든다. 건설업계는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이어진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는 유찰되거나 발행 자체가 연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몰려가지만 자금 마련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투자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문을 닫거나 매각에 나서는 플랫폼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가치 1조원이라는 평가를 받던 ‘예비 유니콘 기업’이었다.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의 인기로 투자자를 모았던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사실상 서비스를 접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잘나가던 스타트업들이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서 위기감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