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을 1000채 넘게 가지고 있던 임대업자가 갑자기 숨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40대 임대업자는 김 모씨가 지난 10월 갑자기 사망하면서 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위 변제란 집주인이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대신 이를 갚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것) 방식으로 매입했다. 올해 6월 기준 소유 주택이 1139채다.
하지만 집주인인 김씨가 사망하면서 다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없게 됐다. 해지 당사자가 없어진 것.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HUG도 대위 변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대상은 최소 2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위 변제를 위해서는 4촌 이내 친족이 상속을 받아야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되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상속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씨의 유일한 혈육인 부모도 상속 의사가 불명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부모가 상속하지 않는다면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하게 된다.
HUG 관계자는 “규정 때문에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김씨 부모가 상속받도록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이미 올해 4월부터 온라인에서 피해자 카페를 만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일으킨 ‘빌라왕’이 사망한 후, 많은 피해자들이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세입자들은 집을 당장 비워줘야하는 건 아닌지, 전세대출금을 바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눈앞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제가 확인해본 결과, 피해자분들은 상속절차가 진행되는 수 개월 동안은 현재 살고 계신 곳에서 계속 지내실 수 있고 전세대출금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이 운영하는 ‘전세대출 보증’의 연장이 가능하므로,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