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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NEW STANDARD_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배우 이아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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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11:0081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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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TANDARD


더 크고 단단하게 자라날 배우 이아름솔의 이야기.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문겨레 stylist 최하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포스터에는 알파벳 MA가 크게 적혀있다. 이는 타이틀롤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캐릭터 마그리드 아르노를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명을 주도하는 마그리드는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인데, 그럼에도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우리가 그의 눈을 통해 마리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10주년을 맞이해 돌아온 이번 시즌에는 배우 이아름솔이 마그리드 역으로 함께한다. 앙상블로 시작해 뮤지컬 <이프덴>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조연상을 받기까지 10년의 시간을 지나온 그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먼저 한국뮤지컬어워즈 조연상을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을 것 같은데, 못다 한 소감이 있을까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정말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아요. 여전히 믿기지 않고 꿈만 같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새겨듣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이 첫 대극장 주연작이라고 들었어요.
정식으로 뮤지컬 데뷔를 하기 전에, 일을 마치고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밑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극장에서 꼭 공연해 보고 싶다. 마음속으로 꽤 간절하게 소망을 빌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침 이번 작품이 이곳에서 공연되는 터라, 조금 더 특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리 앙투아네트>라 더욱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마그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한 마디로 거리의 혁명가죠. 뛰어난 정의감과 추진력은 본받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미흡한 모습도 있거든요.
 
연기할 인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시는군요.
물론 애정을 가지고 보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캐릭터에 연민을 가지거나 무작정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제일 처음 관객의 눈으로 먼저 바라봐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필요로 하는 캐릭터의 색깔이 무엇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성을 잃어버리면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 같아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옥주현, 윤공주 배우는 이전 시즌을 경험한 분들이에요. 함께하게 되어 부담감이 더 크겠지만, 도움도 될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부담감인 것 같아요.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믿기지 않았고, 언니들 옆에 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두 분 다 아우라가 남다르셔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캐릭터의 서사가 보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연습하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부가 되어요. 경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우라는 감히 따라 하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이번 캐릭터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작품은 3시간이지만, 수많은 사건이 펼쳐져요.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인물의 미묘한 변화를 연기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 날것 그 자체였던 마그리드가 작은 깨달음들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계속 부딪히며 깎여 나가거든요. 그러다 진정으로 원했던 정의에 대해 물음표가 확 던져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작품의 슬로건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처럼요. 표면상으로는 목걸이 사건을 통해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만, 촘촘히 따져보면 마그리드가 변화하는 시점들이 몇 군데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장면이 있을까요?
빨래터에서 왕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람들이 뜻을 모으지만, 한쪽에는 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보며 분노와 허탈함 등 여러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그리고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보면서도 깨닫게 되죠. 우리가 원했던 방향은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마음. 이러한 깨달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고조돼요.
 
마그리드의 입장에서 마리를 바라보는 마음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막연한 증오로 시작하지만, 막상 마주하니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에는 연민도 들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과 아내로서의 모습, 갇혀 있는 와중에도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보며 부러움도 있었을 거예요. 마그리드는 엄마가 자살했고 아버지의 얼굴은 본 적도 없는, 거리에 버려진 아이니까요. 막연한 증오감이 한 꺼풀 벗겨지고 난 후에는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 페르젠이죠.
페르젠을 만나 마그리드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마주하게 되어요. 마그리드가 경찰에 잡혔을 때도, 페르젠이 도와주며 낯간지러운 말들을 서슴없이 하거든요. 마그리드는 한 번도 사랑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페르젠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말을 했을 때도 칭찬으로 듣지 못하고 그냥 거친 말들을 쏟아내요. 어떻게 보면 정말 투명한 사람이죠.
 
말씀하신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마그리드는 변화합니다. 자신이 믿어온 신념을 바꾼다는 것이 용기 있어 보이기도 해요.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잖아요. 이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반면에,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은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캐릭터와 닮은 점을 꼽는다면?
씩씩한 게 많이 닮았어요. 주눅들지 않고 늘 당차거든요. 왕궁에 침입해서 적발되었는데도, 되려 마리에게 샴페인을 끼얹는 대담함을 가졌고요. 저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샴페인을 뿌려본 적은 없지만,(웃음) 어릴 때부터 씩씩한 여장부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 또한 마그리드처럼 계속 부딪히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느껴요.
 
그동안 거쳐온 캐릭터들이 떠오르네요.
뮤지컬 <브론테>의 에밀리에게도 그의 작품처럼 거침없는 면이 있고, <식스 더 뮤지컬>의 아라곤도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죠. 아무래도 비슷한 면이 있으면 캐릭터를 분석할 때 조금 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20대 때는 지금보다 불같은 성격이었어요. 부당한 걸 참지 않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조금씩 나이를 먹을수록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모두가 함께 웃으며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10주년까지 꾸준히 사랑받은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실 작품에 대해 처음 떠올렸을 때는 화려하다는 이미지가 먼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들여다보니 서사가 엄청나게 탄탄하더라고요. 음악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서사가 탄탄한 줄은 몰랐어요. 등장하는 인물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끊기지 않고,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드라마들이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작품이라서요. 오늘도 가지고 왔는데, 주현 언니가 추천해 준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권은아 연출님께서 연습 첫날에 시대적 배경과 인물에 대해 쭉 브리핑해 주신 것이 굉장히 도움 되었습니다. 연출님이 워낙 완벽의 완벽을 추구하시고, 역사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공부하셨거든요. 그 옆에서 계속 듣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모두가 다 다르고, 무조건적인 정의와 불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 메시지가 마그리드가 느낀 그대로인 것 같아요. 신념을 가지고 행동했지만 생각지 못한 큰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과정을 바라보며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그렇기에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함께하는 작업은 어떤가요. 캐릭터로 만나는 건 처음이죠?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굉장히 미세한 부분까지 강약 조절을 신경 써 주셨어요. 제 딴에는 작게 부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감정에 비해 소리가 크다거나, 소리가 커지는 게 아니라 에너지가 커져야 한다거나. 그런 사소한 디테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분석해 주시더라고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적인 부분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장면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많이 본 것 같아요.(웃음)
딱 그 느낌이에요! 한 소절 한 소절을 다 해석해 주시고, 엄청 세밀하게 의사소통을 하셔요. 제가 놀란 것 중 하나는, 기본적인 음정보다 캐릭터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시더라고요. 작곡가가 넘버를 쓸 때 고민했을 지점에 대해 완벽하게 해석하신 후에 배우들과 이야기하며 만들어 내셨어요. 상황에 집중해서 감정을 끌어내 주시는 코치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취미이자 특기가 뮤지컬이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 삶에서 뮤지컬이 몇 퍼센트나 차지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90퍼센트 이상인 것 같아요. 뮤지컬 외의 취미가 딱히 없고요. 저는 쉬는 날에도 강아지 산책 외에는 동료들 공연 보러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집에서 쉴 때는요?
밀린 인스타그램을 합니다.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라서, 팬분들께서 사진을 올려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OTT를 열심히 보려고 해요. 영상으로 보는 것도 공부가 되니까요.
 
그것 또한 뮤지컬로 연결되는군요. 공연을 보러 가서도 결국은 분석하게 되지 않아요?
맞아요. 배우가 저렇게 움직이니 객석에서 예쁘게 보이네, 자연스러워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보는 재미가 있어요. , 저 여행 좋아해요! 여행하는 동안 최대한 많이 담자는 마음으로 한 번 가면 열심히 다니는 편입니다. 유럽도 가고, 태국도 가고, 브로드웨이 가서 뮤지컬도 보고요.
 
브로드웨이에서도 저 공연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브로드웨이에서 <해밀턴>을 봤는데, 딱 그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어요.
 
뮤지컬로 온통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되게 행복해 보여요.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요즘은 부모님이 더 좋아해 주시다 보니까 그게 또 다른 행복이 되더라고요. 두 배의 행복이 된달까요.
 
배우로서 가장 성장한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지금 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 극을 이끌어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이번에 연습실에서 선배님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은아 연출님과 김문정 음악감독님 모두 엄청나게 디테일한 분들이라, 정말 수많은 질문과 조언을 해주시거든요. 덕분에 연습하는 동안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 작품 직전에는 내가 이제 한 걸음 정도 내디뎠나?’ 싶었는데, 내딛기는 무슨.(웃음)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에 어떤 감정이 들던가요.
아득한 마음도 있긴 했지만, 되게 신났어요. 연출님이 던져주시는 모든 말과 조언이 제 생각의 폭을 확장해 주셨거든요. 폭이 넓어지니,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신나고 재밌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어려운 건 맞아요. 아직도 찾아가야 할 게 많지만, 든든한 백과사전 같은 분들이 함께하니 조금은 마음 편히 찾아가도 된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러오실 관객분들께 초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영혼을 갈아 넣고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모두가 120퍼센트를 끌어내야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모두가 그걸 알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요. 저 역시 관객분들과 뵙게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품이 개막하는 2월 말에는 봄까치꽃이라는 꽃이 개화한다고 해요.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저희 작품의 개막이 관객분들께 기쁜 소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기간 2024년 2월 27일–2024년 5월 26일
시간 화·목·금 19:30 | 수 14:30 19:30 | 토·공휴일 14:00 19:00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가격 VIP석 17만원 | R석 14만원 | S석 11만원 | A석 8만원
문의 02-639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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