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사태로 드러난 `요지경` 공수처, 폐지 심각히 검토해야

입력
수정2024.03.21. 오후 6:51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장병 순직 사고 조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귀국했다.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지만, 회의 나흘 앞서 급거 귀국한 것은 공수처의 수사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 대사 소환은커녕 일정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대사 출국 관련 소란도 공수처가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출국금지만 계속 연장해 놓은 데서 기인한다. 공수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공수처는 앞서도 대통령실과 이 대사가 공수처가 요구한다면 당장 귀국할 수 있다고 했지만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만 밝힐 뿐 수사 시기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피의자를 '도망시켰다'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공수처가 야당에 공격거리를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사가 국방장관 재직 때 해병대 조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관련 증거와 기록, 증언이 확보된 상태다. 공수처가 수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이 대사가 고발당한 후 6개월간 수사를 놓고 있다가 지난 1월 해병대 간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뿐이다. 그래놓고 지난해 12월 이 대사를 출국금지 해놓고 연장만 해왔다. 사실 이 문제의 본안 건이라고 하는, 해병대 조사관에 대한 이 전 장관의 지시 내용이 외압인지 아닌지조차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해병대 조사는 공식 경찰수사 전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것일 뿐 정식 수사가 아니다. 지휘통제로 움직이는 군대에서 국방장관이 예비 조사에 대해 지침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 '수사 외압'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공수처는 지체없이 이 대사를 소환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 대사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귀국했다. 국익이 달린 문제다. 태생부터 많은 논란을 잉태한 공수처의 존치 여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공수처는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공수처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에 흘려 고발까지 당한 상황이다. 처장과 차장 모두 공석인 '대행의 대행 체제'인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 사건은 부장검사 수준에서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시간을 끌수록 정부여당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종섭 대사 출국 사태로 드러난 '요지경' 공수처는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