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 文정부 때도…정쟁 삼을 일 아니다 [기자수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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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22. 오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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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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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일"이라지만…'초유'는 아냐
국회 행안위, 23일 현안질의 진행키로
특정 장관 목 날리겠다는 오기와 집념
보다 재발방지책 모색하는 자리 되길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데일리안 = 정도원 기자]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야당은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를 "초유의 일" 등으로 지칭하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을 압박하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02년 11월 전자정부 출범 이후 이렇게 장시간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수두룩하게 벌어지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아울러 "민주당은 상임위 현안질의를 통해 철저한 원인 파악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망 마비 사태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주무장관인 이상민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초유의 일"이라는 야당의 주장과는 달리 전임 문재인정권 때에도 이런 일은 결코 없지 않았다. 문재인정권 시절이었던 2020년 10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서 노후 전산장비를 교체하던 도중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민원 처리 대국민 서비스가 최대 26시간 중단된 적이 있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2주 뒤에나 밝혀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직접 밝힌대로 전자정부 출범은 2002년 11월의 일이다. 현 정부에서 뚝딱 만든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말그대로 이전 정부를 거쳐오면서 쌓인, 본래적 의미에 가까운 이른바 '적폐(積弊)'일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그릇된 것이 누적되고 뭉친 결과인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야당 의원들의 거센 요구로 오는 23일 현안질의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출국한 상황이다. 현안질의에는 고기동 차관이 장관을 대신해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책임을 회피하려 도망간 꼴"이라고 펄펄 뛰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이번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가 앞서 야당이 탄핵했다가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기각 결정으로 되돌아온 행안부 장관을 반드시 경질시키겠다는 정쟁의 소재로만 활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회 현안질의가 특정 국무위원을 떨구겠다는 집념과 오기의 장이 돼서는 안된다.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오는 23일 현안질의의 장이 여야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냉철한 원인 분석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장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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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정당팀장입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무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서 독자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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