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동작도 가뿐… 곧 일하는 휴머노이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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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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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생산 공장 올해 말 가동

테슬라가 23일(현지 시각)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모습.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옵티머스를 대량 생산해 자동차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테슬라

23일(현지 시각) 테슬라가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근황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옵티머스는 인공지능(AI) 시각 인식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동작을 시연했다. 푸른색 레고 블록과 초록색 레고 블록을 구분해 서로 다른 그릇에 담아내거나 세로로 놓인 블록을 가로로 돌려놓기도 했다. 다섯 손가락은 정교하게 움직였고, 사람이 블록을 어지럽히며 방해해도 오류 없이 작업을 마쳤다.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서, 손바닥을 합장하는 요가 ‘나마스테’ 동작도 취했다. 작년 10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시제품을 공개하던 당시만 해도 뒤뚱거리며 걷고 어설프게 손을 흔드는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눈부시게 발전한 것이다.

신기한 볼거리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작업 현장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 로봇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공장을 올해 말 가동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중국 푸리에 인텔리전스와 샤오미도 1~2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를 예고했다. 로봇 업계는 빠르면 2025년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감소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제조업 현장에 인간을 닮은 로봇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AI·공학 기술 발전으로 업그레이드

2000년 일본 혼다는 두 발로 걷고 양팔을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를 공개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무게가 130㎏이 넘어 균형을 잃으면 사고 위험이 크고, 이를 컨트롤하는 사람이 항상 필요했다. 이후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 개발 성과를 과시하는 용도로 전시장에서 주로 활약했고, 일부 기업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축소·폐지하기도 했다.

그래픽=양인성

하지만 AI·디지털 센서의 발전으로 로봇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고, 로봇 공학과 배터리 발전으로 로봇 혼자 곳곳을 누비는 것도 가능해졌다. 올해 말 양산되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로봇 ‘디지트’는 키 175㎝, 몸무게 65㎏다. 타조의 발 모양을 모방해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최대 16㎏의 물건을 창고에서 들고 나를 수 있다. 스스로 사물을 인지하고 장애물을 피하면서 한 번 충전에 16시간을 일한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연말 완공되는 약 6508m²(약 1967평) 공장에서 디지트를 연간 1만대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는 사람처럼 정교하게 양팔과 손가락을 움직인다. 형태가 다른 여러 물건도 박스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된 중국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푸리에 인텔리전스가 개발한 ‘GR-1′은 키165㎝, 몸무게 55㎏로 최대 5㎞ 속도로 걷고 50㎏ 무게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내년 수천대를 재난 현장과 가사 서비스에 투입한다. 샤오미도 1만달러(약 1300만원) 가격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을 올해 말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5%를 올해 초 확보했다.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국내 연구진이 창업했다.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4족 보행 로봇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빠르면 2025년 작업 현장 투입

휴머노이드 활용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투입해 ‘완전 자동화 공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지난해 “궁극적으로 테슬라의 미래는 전기차가 아닌 로봇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025~2028년 공장에서 본격 활약할 것으로 예상했고,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올해 18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28년 13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사양)을 충족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실제 공장에서 인간 작업자와 로봇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할 것인지는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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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스포츠를 담당했습니다.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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