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사라 룬드베리가 그리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토요일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스웨덴도서관협회가 최고의 그림책에 수여하는 엘사 베스코브상, 올해의 스웨덴 그림책에 수여하는 스뇌볼렌상 등을 수상한 작가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책 『잊어버리는 날』은 엄마와 아들 노아가 보낸 하루 종일 ‘잊어버리는 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년 365일 중에 하루쯤 그런 날이 있습니다. 엉망진창 크고 작은 사고로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기운이 쏙 빠져 버리는 날 말입니다. 노아와 엄마에게 그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토요일 늦은 아침, 화들짝 놀란 엄마가 단잠에 빠진 노아를 급히 흔들어 깨웁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노아와 엄마의 하루는 어떨까요?
아우구스트상을 두 차례 수상한 몇 안 되는 스웨덴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사라 룬드베리는 2009년에 쓰고 그린 첫 작품부터 스웨덴 작가조합의 신인상 ‘슬랑벨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7년 다섯 번째 그림책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를 출간하자마자 아우구스트상, ‘올해의 스웨덴 그림책’에 수여하는 스뇌볼렌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사라 스트리츠베리와 협업한 작품 『여름의 잠수』가 아우구스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출간하는 작품마다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 이후 쓰고 그린 작품으로는 처음 출간하는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책 『잊어버리는 날』은 제목 그대로 엄마와 아들 노아가 보낸 하루 종일 ‘잊어버리는 날’을 그립니다. 건망증과 착각으로 벌어지는 흔한 해프닝이 사라 룬드베리의 손에서 완벽한 그림책으로 탄생했습니다. 깜박하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려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은 적이 있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상이 다양한 풍경과 색다른 시선,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아 미술관 전시를 보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의 엔딩 크레딧 뒤에 숨은 쿠키 영상처럼 덧붙여지는 에필로그는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한밤중, 엄마와 노아의 현장감 넘치는 하루가 저물고 따뜻하고 포근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림책에서 48컷짜리 만화로 말풍선 하나 없이 이어지는 구성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한 작품에 동시에 담아내는 사라 룬드베리 특유의 매력이 드러납니다.
생일 파티부터 재킷에 모자, 생일 선물까지
하루 종일 잊어버리기만 하고 되는 일 없는 하루!
엄마가 깜박 잊고 있었는데, 토요일인 오늘은 같은 반 친구 알마의 생일입니다. 엄마는 노아를 재촉합니다. 생일 파티는 두 시에 시작하는데, 아직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거든요! 지금부터 쇼핑몰로 가서 선물을 고르고 알마네 집까지 가려면 시간이 빠듯해요. 마음 급하게 들썩들썩 덜그럭덜그럭 우당탕탕 서두르는 엄마와 달리 노아는 뭉그적거립니다. 외출도 내키지 않고, 생일 파티에도 가고 싶지 않아요. 노아는 알마랑 놀아 본 적이 없거든요. 알마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지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노아는 그냥 엄마랑 집에 있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겠죠?
서둘러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갈팡질팡 마음만 급합니다. 노아도 엄마도 알마를 잘 몰라서, 어떤 선물을 사야 할지 고민이거든요. 가뜩이나 바쁜데 노아마저 엄마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옷가게에서는 재킷을 벗어 놓고 오고, 인형 가게에서는 모자를 두고 와서 가게마다 다시 가서 물건을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기껏 탔던 버스에서도 다시 내리기까지 했는데 늦지 않을 리가 없죠! 그래도 알마에게 줄 작은 왕관(티아라)을 샀으니 다행이에요. 알마도 선물을 좋아해 주면 기쁘겠는데……. 엄마는 알마의 집 앞에서 끔찍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바쁘게 골라서 산 선물을 버스에 두고 내린 거예요.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알마는 어리둥절하지만 이제는 더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알마네 벨을 누른 노아와 엄마. 어쩐지 파티 치고는 알마의 집이 조용합니다. 파티는 어떻게 된 거죠? 반 친구들 하나 없고, 한 식탁에 알마의 아빠와 알마, 노아의 엄마와 노아가 앉아 있습니다. 사는 곳도, 취향도 전혀 다른 노아와 알마 사이에 공통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같은 반 아이일 뿐, 친구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서먹한 사이라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두고 앉은 커다란 식탁만큼이나 거리가 먼 노아와 알마, 노아의 엄마와 알마의 아빠. 도대체 뭐가 또 잘못된 걸까요? 노아와 엄마 중 오늘 최강의 사고뭉치, 최고의 깜박쟁이는 누구일까요?
스트레스 가득한 토요일의 끝,
우리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노아의 집 안에 잔뜩 널려 있는 레고 블록, 콘크리트 사자상이 인도 한복판에 앉아 있는 스톡홀름 거리, 버스 안에서 묵묵히 스마트폰만 내려다보는 사람들…… 강렬한 색감으로 풍부하게 표현된 주위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깊이 볼수록 현실적입니다. 그 안에는 저마다 다른 생활환경의 차이가 간접적으로 드러나지요. 또한 굵고 거친 듯한 선이 생동감 넘치게 인물들의 감정을 포착하면서 독자를 그림책 속으로 이끕니다. 마음만 바쁜 엄마와 외출하기 싫은 노아, 모자를 잃어버려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가 안도하는 노아의 모습, 세상 느긋하고 무심한 버스 기사님을 재촉하는 엄마, 불편한 손님이 되어 어색함에 시계만 내려다보는 엄마, 결국 천근만근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가는 노아와 엄마의 무거운 그림자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감정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어딜 가든 붐비는 토요일, 자꾸만 반복되는 실수와 착각으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하루, 어스름 그림자를 안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온 노아와 엄마는 소파에 널브러집니다. 지치고 힘든 날이지만 모든 순간에 노아와 엄마는 함께합니다. 잔뜩 쌓인 스트레스도 함께 앉아 토닥여 주면 조금은 누그러지고, 언젠가는 오늘을 해프닝으로 가득했던 특별한 날로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보다 먼저, 노아는 엄마와 약속합니다. “우리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오히려 행복할 수도 있어요.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토요일을 보낸 뒤라면,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노아가 두고 온 작은 왕관은 어떻게 될까. 피로에 지친 엄마는 벌써 잠들었고 노아는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깊은 밤, 이제 버스에 남겨진 작은 왕관의 여정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줄줄이 늘어선 차가 가득한 낯선 듯 익숙한 도심의 밤 풍경 저 너머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에필로그는 현실과 상상이라는 극명하게 나뉘는 두 세계를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쪽으로, 손에 손을 거쳐 자꾸만 현실에서 더 멀리 흘러 흘러가서 작은 왕관이 마침내 닿게 되는 아늑하고 따뜻한 결말을 기대해 보세요.
〈물구나무 세상보기〉 시리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나, 우리 집, 우리 가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웃, 지역사회, 나라, 지구촌까지 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렌즈에 따라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새로운 시각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물구나무 세상보기〉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자의식과 논리력이 발달하며 감정 또한 점차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책을 읽고 열린 마음으로 책 속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작가들의 풍부한 감성이 담긴 이야기와 빼어난 삽화로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물구나무 세상보기〉 시리즈는 물구나무를 서며 노는 듯이 쉽게 보다 넓은 시각과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