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73. ‘불이(不二) 사상’을 생각게 하는, 파리 자세(파시니 무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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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자세는 ‘파시니 무드라(pasini mudra)’라 한다. 한 발을 잡고 목뒤에 올려놓는다. 목과 머리를 뒤로 치켜올리고 등은 곧게 편 채, 가슴 앞에서 합장한다. 골반의 개폐력과 확장성을 높이고 무릎 경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시연 최진태.


파리는 곤충의 일종으로 모기·등에 등의 절지동물 파리목에 속한다. 하나같이 날개가 한 쌍이다. 4장이었으나 뒷날개는 퇴화하여 흔적만 남았다. 더듬이는 세 마디로 짧으며 아래로 뾰족하게 나온 주둥이는 쏘거나 핥기에 알맞다. 완전변태를 하며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전 세계에 많은 종류가 분포하는바, 집파릿과, 광대파릿과, 초파릿과, 벼룩파릿과 등이 있다. 한 종류를 가리킬 때는 보통 집파리를 일컫는다.

원래 파리는 작은 조각을 가리키는 말인데, 나무의 낱 잎인 이파리나 깨진 사기그릇 조각인 사금파리가 그 예이다. 파리는 똥파리 쉬파리 금파리 초파리 검정파리 등 앉는 자리에 따라 혹은 몸의 색깔에 따라서도 달리 불린다. 사체와 같은 더러운 곳에서 보내기 때문에 파리 자체가 움직이는 병원균이라고 볼 수 있다.

모기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준다면, 파리는 깐죽거리며 사람을 괴롭힌다. 파리는 후각이 발달하여 좋아하는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파리가 유독 사람의 얼굴에 잘 앉는 것은 냄새 중에 사람의 침 냄새를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파리는 바퀴벌레, 모기와 함께 3대 해충으로 꼽히는 벌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種)으로는 집파리와 초파리가 있다. 집파리는 모든 병충해 가운데 식품 안전성에 가장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

파리보다 유충인 구더기는 이용도가 높다. 19세기에는 거머리·개미와 함께 의료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법의학에서는 중요한 증거 등으로 쓰인다. 또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작물의 꽃을 수분(受粉)시켜 종자를 얻는 용도다. 파리가 꽃가루받이용으로 쓰이는 작물은 주로 망고이며 제주도 등에서 많이 이용한다. 사람이 먹는 망고를 해충인 파리로 수분시키는 것이라 최근에는 토마토의 수분 곤충으로 쓰이는 서양 뒤영벌을 쓰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생물의 사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마귀, 약충, 거미 유체, 소형 양서류 등의 먹이로도 초파리가 자주 이용되는데 번식이 쉽고 반응도 좋다.

아무리 파리가 유해하더라도 멸종시킨다면 전 인류급 대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해도 파리가 수분에 차지하는 비중은 벌이나 다른 곤충의 몇 배 이상이고 파리가 멸종된다면 아마 인류는 채소의 섭취량이 너무 모자라 멸망할 수도 있단다. 더구나 파리는 사체나 분변(糞便)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파리도 사람을 따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앨런이라는 곤충학자가 몸소 증명하였다고 하는데, 아끼던 파리에게 손가락을 내밀면 거기에 앉는다는 것이다.

비주얼박물관의 ‘고대이집트 23권’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 시대의 유물 중에 파리 모양의 훈장이 발견되었는데, 전장에서 공훈을 세운 병사들에게 하사되었다고 한다. 왜 하필 파리냐 하면 파리를 위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이어서 적들을 계속 찌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남성용 소변기에는 가끔 뜬금없이 작은 파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으로 오줌을 조준하라는 의미.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처음 시도한 아이디어로, 청결한 화장실에 일조하였다고 한다.

파리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가 사라지는 증상이 있는데 전문용어로 비문증(飛蚊症)이라 한다.

창작물에서는 무림 고수들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될 때가 많다.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거나 칼로 파리를 베거나 화살로 파리를 맞히는 등의 얘기가 종종 등장한다.

“금파리는 죽어가는 동물의 호흡에서 나오는 탄화수소 냄새를 맡으면 쏜살같이 날아와 동물의 사체에 수백 개의 알을 까고, 그 알들은 한나절이 지나면 구더기가 되어 사체를 파먹기 시작한다. 파리 구더기가 없었다면 동물 사체는 분해가 늦어져 지구는 거대한 쓰레기장이 될 것이며, 분해가 끝난 다음 동물의 사체는 나무나 작물의 영양소가 되니 파리가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한다. 파리는 동물체의 자연회귀의 마지막 과정인 부패를 관장하는 동시에 생명을 살려내는 의사이기도 한 것이다.”(곽정식)

나비와 벌이 꽃밭에서 수분 매개체로 화려한 역할을 한다면, 파리는 더럽고 악취가 나는 곳에서 뒷마무리를 한다. 파리는 자연을 순환시키는 숨은 공로가 있지만 불결의 상징으로만 알려진 터라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파리는 화려한 꽃에는 앉지 않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채소인 양파의 꽃에 앉아 화분을 돕는 숨은 공로자이며 조력자들인 것이다.

파리는 다리에 있는 가느다란 털들로 냄새를 느낀다. 간혹 다리를 비비는 행동을 하는데 다리를 움직이면서 다리 부분의 불필요한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런 행동은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게 한다.

가장 지정분한 동물로 돼지, 독수리, 대머리독수리, 나무늘보, 그리고 파리가 영광스럽게(?) 뽑혔다.

고구려 때 주몽은 부여 말로 활을 잘 쏘는 사람인데, 어릴 때 파리들 때문에 잠을 잘 잘 수 없다며, 어머니 유화부인에게 활을 하나 장만해 주십사 부탁한다. 그 후로 주몽은 날마다 실력을 연마하여 나중에는 선반 위에 있는 파리를 쏘아 맞힐 정도의 명사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아, 인생이란 아득한 천지에서 하루살이 같을 뿐이다. 티끌세상에서 벗어나 항아리 속의 초파리가 되지 않은 자 얼마나 되는가?”

조선시대 문사 담허재 김지백이 지리산 청학동을 유람하고 지은 유람록인 ‘유두류산기’에 나오는 문장이다.

파리를 잡아먹는 식물도 있다.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이다. 습지나 암벽처럼 영양소가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 광합성 대신 단백질 덩어리인 곤충을 잡고 이를 분해해 영양소를 얻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식물이다.

식초병에 잘 날아드는 꼬마파리가 있으니 파리목 초파릿과의 초파리다. 서양에선 과일에 꾄다 하여 ‘과일파리(fruit fly)’라 부른다. 초파리는 ‘이슬의 연인’이라는 뜻의 작명도 얻고 있다. 사실 초파리를 썩어가는 과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이슬이 아니라 발효하고 있는 효모이다.

초파리는 다루거나 키우기 쉽고, 한살이가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짧다. 알을 많이 낳아 통계처리가 용이하고, 염색체가 8개로 적은 데다 우생 침샘에 거대 염색체가 있어서 그지없이 좋은 실험 모델 생물이다.

유전학·발생학·행동학·생태학 등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당뇨·암·면역·노화·치매와 관련된 의학연구에도 쓰이는데, 병을 유발하는 유전인자가 사람과 75%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주생물학 연구와 인간 질병 연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초파리는 1초에 220번가량 날개를 떨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에는 국경·나이가 없다는 말 외에 사랑은 하등·고등생물에 관계없이 전력투구해야만 쟁취할 수 있다는 말도 생길 법하다. 역시나 매사에 공짜는 없나 보다.

술을 마시고 눈망울이 불그레해진 사람을 우스갯소리로 초파리 같다고 한다. 실제로 야생 초파리는 눈이 빨간 데다 알코올 분해 효소를 듬뿍 가지고 있다.

“초파리가 항아리 안을 천하로 여기듯 글이란 보고 듣고 아는 만큼 나온다”는 격언에도 초파리가 등장한다. 송나라 학자인 구양수가 말한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을 떠올린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말이다.

몇 년 전 노벨 생리학상이 제프리 C 홀, 마이클 로스 배시, 마이클 영 등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밤낮에 따라 인체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생체주기를 유전자 차원에서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노벨 의학상 발표 직후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지에는 또다시 노벨상이 초파리에게 주어졌다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로스배시 미 브랜다이스대 교수도 수상 소식을 듣고 “초파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초파리 연구자들은 작은 초파리를 통해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힌 것이다. 초파리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경우는 현재(2017년)까지 모두 여섯 번이다.

과학자들이 초파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DNA에 있다. 초파리는 인간과 DNA가 60% 일치한다. 특히 인간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중 75%가 초파리에게서 발견된다. 유전병인 다운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자폐증, 당뇨병과 각종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초파리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1974년 ‘파리(The fly)’란 시에서 “나는 너 같은/파리가 아니냐?/아니, 네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냐?”라고 읊었다. DNA로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907년 컬럼비아대의 한 실험실에서 모건 교수와 제자들은 초파리 중에 붉은 눈이 흰색으로 변한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모건 교수는 돌연변이 초파리와 정상 초파리를 다시 교배하는 실험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유전자가 염색체에 있음을 알아냈다. 그와 함께 현대 ‘유전학’도 탄생하게 된 셈이다.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한 미래를 바꾸는 10가지 발명품 중에는 초파리의 후각을 이용한 ‘초파리 로봇’이 들어 있기도 하다. 이런 기술은 숲속에서 실종자를 찾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파리·화초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구조의 DNA로 되어 있다. 어느 생물이나 DNA를 남기고자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우리는 우리의 DNA를 후손에게 전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지구별에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 자세는 ‘파시니 무드라(pasini mudra)’라 한다. 파시니(pasini)는 파리란 뜻이다. ‘에카파다 시르사 아사나’라고도 하며 일명 ‘골반 이완 체위’라고도 일컫는다.

숨을 토해내며 한 발을 잡고서 가슴·귀·목까지 올리는 연습을 한 후에 최종적으로 발을 목뒤에 올려놓는다. 목과 머리를 뒤로 치켜올리고 등은 곧게 편 채, 가슴 앞에서 합장한다. 양발 교대로 실행한다. 내공이 쌓이면 서서 할 수도 있다.

골반의 개폐력과 확장성을 높이고 무릎의 경화(硬化) 방지에 효과적이다. 허벅지 뒤쪽에 경직을 풀어주고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며 소변 배출과 복부 수축력을 높인다. 소화력을 증가시키는 데도 유용하다.

넓적다리와 슬와근(오금)이 완전히 펴지게 하고, 목과 등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척추간판 탈출증, 좌골신경통, 탈장 등의 증세가 있을 시는 이 자세를 자제한다.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인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이다. 핵전쟁을 피해 피난 가던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불시착해 살면서 서로 죽이고 죽이는 야만인으로 변질해 간다는 줄거리다.

이 소년들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지만 모험소설이나 성장소설로 읽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스토피아 소설, 혹은 우화의 형식 속에 인간의 본성과 그것의 사회적 발현인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철학 소설에 가깝다.

파리대왕은 악마 ‘바알세블’을 의미한다. 막연한 공포, 내재된 악마성, 달리 생각하면 처절한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해서든 일단 살아야 한다는 인간의 생존욕구가 인간을 가장 쉽게 타락시키는 심리적 기제임을 고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파리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제붑’이다. 팔레스타인의 고대 블레셋 주민들은 파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바알제붑’이란 신을 만들어 숭배했다. 이른바 ‘파리 신’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도 파리는 병과 죽음의 신인 ‘네르갈’을 상징했다. 이때부터 파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소설 파리대왕은 꽤 ‘불편한 진실(an uncomfortable truth)’로 인간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 마지막 장면에 “what you guys are doing(야 너희들 뭐하냐)?”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해병대원이 쫓고 쫓기고 있는 이 아이들 앞에 홀연히 나타나서 하는 말이다. 과연 사람이 뭔지? 인간 본연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어느 날 선지자가 아이들 앞에 선 해병대원처럼 불현듯 우리 앞에 다가와서 “그대들 뭐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답변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파리는 질병을 옮기기도 하는 통에 더럽고 징하고 불쾌한 곤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 어둡고도 밝은 양면성을 바라보면서 불이사상(不二思想)을 떠올린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이치일까?

사찰로 들어서는 마지막 문을 해탈문(解脫門) 혹은 불이문(不二門)이라고 한다. 불이(不二)는 분별을 떠난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절대 경지를 뜻한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원융(圓融)은 모든 현상이 각각의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걸림이 없이 원만하게 하나로 융합되어 있는 모습을 말한다. 서로 통해 아무 차별이 없고, 원만해 서로 막히는 데가 없음이다. 이것이 곧 불이(不二), 상즉(相卽)을 가리킨다.

불이(不二)라는 말은 둘이 아님이란 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의 관계, 이것과 저것, 이것과 다른 것들과의 관계는 그것들을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둘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불이(不二)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과 맺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것들과의 관계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어리석은 범부들이 가지는 분별심(分別心)은 천국과 지옥, 상층과 하층, 남과 여, 흑과 백, 이와 같이 세상을 둘, 혹은 그 이상으로 나눠 분별하고 차별하려고 한다. 이러한 잘못된 착각을 바로잡으려 하는 인식이 바로 ‘불이사상(不二思想)’이다.

내 민족과 다른 민족이, 인간과 짐승, 좌와 우, 남과 북, 동과 서는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幸) 불행(不幸), 만족과 불만족, 좋은 것과 싫은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와 너의 구분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 이 세상에 갈등을 부추기는 번뇌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 ‘불이사상’은 이렇게 나누어진 개념들의 허구성에 대해 말하고 있고, 이러한 허구를 마음이 만들어내서 그 결과 스스로 고통 속에 뛰어드는 인간들의 무지함에 대해 책하고 있다.

‘불이사상’은 불교에만 한정된 사상이 아니다. 동양의 심원한 사상 중 하나인 도가철학도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노자는 곳곳에서 유와 무, 어려움과 쉬움, 화와 복, 그리고 바른 것과 기이한 것과 같이 서로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세상 만물이 근원적으로 불이적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왕필의 노자 중)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유명한 ‘나비의 꿈’도 매우 상징적인 방식으로 ‘주객불이(主客不二)’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 물리학에서의 ‘시스템 이론’은 세계를 관계와 통합의 견지에서 보는 불이적 견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다. 이 이론은 세계를 모든 현상의 상호 연관성과 상호 의존성에 의해 파악하며, 이 기본구조에서는 그 특성이 그것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으로 환원될 수 없는 통합된 전체를 ‘시스템’이라고 부른다.(카프라,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중)

그런 의미에서 파리를 일컬어 우리가 해충(害蟲)·익충(益蟲)이라 구분 짓는 것은 지구의 후발 주자인,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오만하고도 편협적이며 자기본위적인 관점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짧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인간에게 해(害)와 유익(有益)을 동시에 선사하는 파리들의 일상을 고찰해 보며, 우리의 삶도 일상의 철학도 되돌아보게 되는 ‘파시니 무드라(파리 자세)’이다.

인도 고전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빛과 어두움은 이 세상의 두 가지 영원한 원리다”라고 말한다.

중중무진(重重無盡) 장엄한 화엄세계 같은 ‘빛과 어두움의 조화!’를 뜨거운 한여름밤의 화두(話頭)로 남겨두기로 한다.

[파리 자세(파시니 무드라)/ 최진태]

더럽고 불결함을 떠올린다 그댈 보면/모습도 징하도다 반갑잖은 파리대왕/매번 눈쌀 찌프러지니 어이할꼬 이 일을

꽁보리 밥상위에 나먼저 앉아설랑/반찬도 먼저 시식 때로는 물대접에/여름날 불쾌한 기억 위생관념 무색하다

단 낮잠 즐기려다 그대 등쌀 못견디네/손으로도 부채로도 쫓아본들 무슨 소용/얼굴에 꿀이 발렸나 지독한 구애작전

푸대접만 하지마소 예쁜짓도 많이하오/꿀벌로만 일손 부족 식물들의 꽃가루받이/특히나 양파·망고를 맛 보는건 나 덕분

예쁜 꽃만 섭렵하며 누구는 귀족대우/더럽다 불결하다 날보고 욕하지만/동물사체 분해없이는 온세상이 쓰레기장

식물을 살려내니 나 또한 의사라오/궂은 일 몸낮추고 기꺼이 헌신하며/자연회귀 마지막 과정 몸바쳐서 돕는다오

법의학 일선에서 한몫하는 일등공신/구더기는 증거제시용 이만한게 없다지요/망자의 억울함까지 풀어주는 나인것을

초파릿과 파리들의 맹활약 없었다면/그대들 자랑하는 유전학도 없었을걸/난치병 치료법 개발 나의 희생 기억하소

만물의 영장이라 그대들 우쭐대도/초파리 유전인자 칠오프로 유사하다/지구별의 공동체인 것 쿨하게 인정하소

나의 종(種) DNA를 후손에게 전하려고/이리도 죽기살기 발버둥 치는건지/인생사 무상한지고 허탈하게 웃어본다

더럽고 불결한데 다양한 혜택주니/그대들 양면성에 불이사상(不二思想) 떠올리며/분별을 떠난 자리에 원융무애(圓融無碍) 꿈꿔본다

한 발 당겨 목에걸고 합장한 채 몸명상을/골반이완 무릎경화 신장기능 강화하니/파리를 닮았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일까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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