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샤벳 수빈 “2014년 전복 사고…아직도 운전 못 해요”[아이돌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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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 수빈은 싱어송라이터, 방송인, MC 그리고 DJ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2의 활동을 전했다. A2Z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로벌 스타’ ‘명품 앰배서더’ ‘영앤리치’… K팝 아이돌의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그 이면은 어떨까? 만인의 우상이라 할지라도 아이돌의 생명력은 길어야 7년. 아이돌을 그만두어도 이들의 삶은 계속되나 우리는 이후 이야기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아이돌 그 후]는 인생 두 번째 챕터를 열심히 써 내려가고 있는 전직 아이돌에 대한 조명이다. 이번 주인공은 ‘달수빈’ 달샤벳 수빈이다.

제2의 인생을 씩씩하게 개척하는 [아이돌 그 후]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성 만렙’이었지만 수빈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레벨업된 사회성을 보여줬다. 기자를 보자마자 씩씩하게 악수를 청하며 반가움을 전했다. 수빈은 싱어송라이터 ‘달수빈’, 방송인, MC 그리고 DJ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근황과 씩씩함 속에 숨겨두었던 지난날 아픔도 털어놨다.

■ 홀로서기, ‘사기꾼주의보’가 울렸다

“그룹이라는 게 실수를 하거나 단점이 보여도 커버해줄 수 있는 멤버가 있어서 좋았지요. 솔로는 뭐든 적나라하게 보여 힘들고 외로워요. 그룹 생활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만 혼자 할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7년간의 걸그룹 활동 후 오롯이 혼자가 됐었을 때 수빈은 강해져야 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겼다. 앨범을 발매하며 회사에 왜 수많은 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됐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예인은 아무래도 배려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사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혼자 해보니 ‘단 하나의 것도 허투루 되는 것이 없고 모두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구나’ 많은 것을 돌이켜보는 시간이었죠.”

이후 그는 어느 현장에 나가도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솔로 앨범이 나온 후에는 매체를 직접 찾았다.

“인터뷰 잡힐 때마다 제가 옷을 싸 들고 택시 타고 다닐 정도로 ‘깡’으로 일했어요.”

걸그룹 달샤벳으로 활동했던 시절(왼쪽 사진)과 현재.


소속사의 보살핌 안에서만 있다가 독립해 나온 이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그는 걸그룹 계약이 끝나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가 제일 위험한 시기라고 말한다. 이렇다 할 사회 경험이 없는 독립한 가수에게 접근하는 사기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콘서트 기획, 그리고 앨범 제작을 빌미로 접근하는 것.

“앨범을 내준다고 하고 진행을 일부러 안 시키는 거예요. 답답한 가수가 계약 파기 이야기를 꺼내면 작곡비, 레슨비, 제작비를 빌미로 계약금의 3배를 요구하죠. 또 유명 가수 콘서트를 기획한다며 투자금을 여기저기서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럼 가수가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생겨요.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에요.”

소셜 네트워크의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일명 ‘PPL 사기’도 많단다.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람이 홍보비(광고비)를 떼어먹는 일도 있어요. 적은 돈이지만 쌓이면 결국 큰돈 사기당하는 것과 같아요. (그런 사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기준을 엄격히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해요.”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고 말한다. 특히 두 가지 유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 자기 과시가 자연스러운 사람, 두 번째 나를 너무 칭찬하는 사람. 이 두 가지 유형을 조심해야 해요. ‘너는 가능성이 참 큰 아이인데 아쉽다. 내가 성공시켜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조심하세요. 연예인은 사랑받는 직업이라 이런 이야기에 흔들리고 혹할 수 있죠.”

수빈은 어떤 시련이 와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내면이 단단해졌다. 우여곡절 많았던 걸그룹 활동 때문이다. A2Z엔터테인먼트


■ 그래도 지금이 행복하다

그는 걸그룹으로 대형 팬덤을 꾸리며 활동할 때보다 지금이 단연 행복하다고 말한다. 어떤 시련이 와도 힘들지 않겠다고 생각할 만큼 걸그룹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리허설, 녹화, 인터뷰 그리고 지역 행사까지…새벽부터 시작한 스케줄은 다음날 새벽에 끝이 났다. 잠은 틈틈이 찬 바닥에서 보충해야 했다.

“무대 의상을 입고 전국을 돌다 보니 땀이 나잖아요. 당연히 씻을 새도 없고 향이라도 좋게 하자 싶어 향수를 뿌렸는데 그게 오이향이었어요. 멤버 중 한 명은 트라우마로 인해 오이 알레르기까지 생겼더라고요.”

미처 기사화되지 않은 교통사고도 종종 있었다. 수빈은 2014년 차가 전복될 정도로 큰 사고를 겪었다. 그리고 자동차 바퀴조차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개인 스케줄 할 때 차가 전복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겪었어요. 그 사고로 한 달간 입원했는데 종종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부상이 컸어요.”

사고로 인해 앨범 발매일이 미뤄지면서 그는 그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다 ‘조커’라는 곡을 직접 만들었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던 그를 멈추게 한 계기가 됐다.

“그때 이후 후유증이 생겨서 자동차 바퀴를 보면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이 생겼어요. 이후 컴백하고 행사하러 다닐 때는 안전띠를 붙잡고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감고 다녔어요. 지금도 운전을 못 해요.”

수빈은 트라우마와 슬럼프를 다이빙으로 이겨냈다. 물에 풍덩 빠져 고요한 물속에 혼자 남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다이빙을 위해 발리로 태국으로 다녔던 영상을 찍어 그의 유튜브채널 <달수빈>에 ‘걸어서 수빈 속으로’라는 여행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걸그룹 때 보다 더 행복해요. 행복지수로 따지면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이대로 평생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충격 고백을 하자면 아이돌 생활 7년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면 전반부는 기억에 별로 없어요. 힘든 상황을 스스로 지우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우울증이 심해도 그게 우울증인 줄 몰랐어요.”

이제 그는 ‘DJ 수빈’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A2Z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걸그룹 생활 중 우울함과 공허한 마음을 작곡, 프로듀싱 그리고 믹싱 공부를 하며 메웠다. 걸그룹 생활이 끝나도 나가서 싸울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그는 ‘DJ 수빈’이다. 솔로 활동으로 해왔던 어쿠스틱에서 덥스텝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한 데 묶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제 음악을 EDM 장르로 싹 편곡했어요. 제 노래로 세트 리스트를 만들어 DJ로서 무대에 서고 있죠. DJ도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스케줄 소화하고 배우며 병행하고 있어요. 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국내 페스티벌 ‘워터밤’이나 ‘월드디제이페스트벌’에서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아이돌은 철저히 대중의 입맛에 맞춰 변화한다. 그는 나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돌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직업이에요. 그럴수록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잊게 돼요. 그럴수록 자신의 코어를 강하게 단련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지 찾아가야 해요. 본인 스스로 돌볼 수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MC 고정 프로그램만 4개, 뷰티 프로그램 2개 그리고 유튜브와 DJ까지 수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꽉 채운 제2의 활동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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