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엉터리 자료로 보 해체...“생각 없는 국민, 말되네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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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7.20. 오후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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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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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월 해체가 결정된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 모습./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린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에 참여한 4대강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당시 회의에서 ‘보 해체’ 결론을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들었을 때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4대강 반대 단체들의 추천으로 조사평가단에 참여한 민간 위원들은 4대강 보를 해체하면 강의 수질과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보를 해체했을 때 수질이 얼마나 개선될지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그러자 일부 위원들이 보를 설치하기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를 가져다 쓰자고 주장했다. 보를 해체하면 보 설치 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 것이라고 치고 수질을 예측하자는 것이다.

2019년 2월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이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하지만 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강의 형태가 변했고,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이 꾸준히 늘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 수질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써서는 안 됐다. 위원들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한 민간 위원은 조사평가단 회의에서 “과거 자료는 (그대로 쓸 수 없는) ‘노이즈’(잡음)를 안고 있다”며 “우리 반대편에 있는 전문가들이 볼 때는 (과거 자료를 그대로 쓰면) ‘웬 무식한 이야기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조사평가단은 과거 수질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가 적용해서, 마치 보를 해체·개방하면 수질이 크게 좋아진다고 예측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민간 위원은 “관심 없는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보 설치 전 수질 자료를 쓰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 위원도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는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보를 해체·개방해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용으로는 (보 설치 전 수질 자료를 쓰는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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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필 기자입니다. 국회와 국무총리실,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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