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주변으로부터 늘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왜 중국은 유독 축구만 못하냐"라는 질문이다. 탁구나 농구, 수영, 체조 등의 종목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는 중국이 월드컵 진출에 번번이 실패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탈락한 중국의 리샤오펑 감독. 출처: AFC 공식 홈페이지>
필자가 중국에서 일을 하던 시절, 중국 현지의 오즈메이커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당시 중국 오즈메이커들은 사견을 전제로 ‘중국 대표팀이 100% 실력 발휘를 하기 어려운 외부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변을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차마 ‘승부조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을 기억한다.
중국이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2022년 말, 현지 언론을 통해 승부조작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15세 이하 유소년 축구 대회에서 져주기 경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다.
<중국 축구의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언론 기고. 출처: 차이나 데일리 공식 홈페이지>
유소년 축구 승부조작 의혹 보도를 접한 중국인들은 중국 축구계가 ‘뿌리부터 썩었다'라고 개탄하는 분위기다. 어린 선수들부터 부정행위에 물들었으니, 프로 축구와 국가 대표팀도 승부조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은 현재 FA컵 준결승을 치를 예정이다. 전 사회적으로 승부조작 문제를 개탄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중국 FA컵은 부정행위 없이 깨끗하게 진행되고 있을까?
SpoQ가 중국 FA컵 베팅 마켓의 변동을 통해, 영국 도박사들의 중국 승부조작 문제에 대한 진단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SpoQ는 ‘데이터로 보는 최악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를 비롯한 다양한 글에서 SUP(Supremacy)와 TTG(TotalGoal)에 대해 설명해 왔다. 간단히 말해 SUP은 도박사들이 예상하는 전력차이며, TTG는 양 팀의 합계 득점을 예상한 수치다. 실제 경기 결과와 SUP의 차이를 계산한 ‘SUP 보정 골득실'을 보면 특정 팀의 시장의 기대보다 더 나은 활약을 보였는지, 혹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는지 평가할 수 있다.
‘SUP 보정 골득실'은 주식 시장으로 빗대면,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는지, 혹은 밑돌았는지를 나타내는 ‘어닝 서프라이즈', 혹은 ‘어닝 쇼크'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식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SUP 보정 골득실 = 실제 골득실 - SUP
SUP 보정 골득실 > 0 → 도박사들의 기대보다 선전(어닝 서프라이즈)
SUP 보정 골득실 < 0 → 도박사들의 기대보다 부진(어닝 쇼크)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중국 FA컵 8강 1차전 상하이 상강 vs 청두 룽청 경기의 실제 차트를 살펴보자.
<출처: TBTF La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