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들어 조선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몇몇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선박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가 대표적이다. 호황의 정점이던 2007년 말 수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선박 수주 및 수출 성적도 양호하다. 여기에 엔화 환율, 미·중 분쟁과 같은 외부 변수도 조선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혹독하고 길었던 ‘조선업의 겨울’이 정말 끝난 것일까. 조선업에 모처럼 불어든 훈풍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봤다. 현재 조선업황과 앞으로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 지수’다. 198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100으로 놓고 지수화했다. 숫자가 크면 선박 건조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신조선가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5개월째 올라 올해 들어 180을 넘었다. 이 지수가 180 이상에서 움직인 건 2007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이어진 10개월 동안이 마지막이다. 2008년 8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191.5를 넘볼 태세다. 선박 건조 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조선업 회사의 수익성에 보탬이 된다.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과 수주 실적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런 만큼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가 한국 조선업에 반사이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 조선업 제재를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의 반사 이익 기대감은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향후 한국 조선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최근 이어진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의 기반이 됐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종지부를 찍으면서다. 일본 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조선업은 장기적으로 엔고 수혜 업종이 될 수 있다.
조선업 관련 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완성 조선업체가 있다. 또 선박에 사용되는 부품 및 자재류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한화엔진·현대힘스·한국카본과 같은 회사다.
또 조선업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SOL 조선 TOP3 플러스’ ETF의 경우 3대 완성 조선사 및 선박 기자재 기업을 포함해 총 12종목에 투자한다. 김민성 신한자산운용 ETF운용팀 매니저는 “조선사와 조선 기자재 기업에 집중해 투자하는 국내 유일 조선 ETF인 SOL 조선 TOP3 플러스는 조선업 상승 사이클에 올라타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부진한 세계 경제를 고려해 볼 때 조선업 수퍼 사이클이 얼마나 현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