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과 상처에 대한 유별난 감수성,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 천지만물에까지 애달파하며 치유의 글을 썼던 조선의 문장가 이덕무는 작디작은 방에서 살았다. 매미(선蟬)허물 같고 귤(橘) 속 같다고 묘사했던 ‘선귤당’에서. 퇴계는 도산서당의 한 칸 방을 두고 ‘도(道)와 이(理)를 완성하여 즐기니 족히 여기서 평생 지내도 싫지 않겠다’며 '완락재(玩樂齋)'라고 이름 지었다. 나도 그렇다. 이 작은 방에서 글을 읽고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니 부족함이 없다 못해 넉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내 방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다. 내 삶과 글은 이덕무 쪽에 가깝지만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 뭔가 독창적인 이름을 붙이고 싶다. 호방했던 그의 벗 연암 박지원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