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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데, 버텨야죠." 창업 10년 만에 성장 가도를 걷는 '올라까삐딴'

2024.03.27. 오전 10:49

small, but big interview 시리즈는 단단하게 성장하는 작은 브랜드 사례를 소개합니다.

스몰 브랜드의 창업자를 직접 만나기 어려우실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2,000명 이상의 작은 브랜드 창업자를 만나본 저희가 요목조목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고 알려드려요.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데뷔 10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처럼, 창업 10년 만에 드디어 성장의 가도를 걷고 있는 작은 브랜드, '올라까삐딴(Hola Capitan)'입니다. 올라까삐딴은 수제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애초에 빠른 스케일업이 불가능한 브랜드인데요.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누구도 이 시장을 쉽게 탐내지 않겠죠. 그렇다면, 올라까삐딴은 어떻게 성장의 기반을 닦는걸까요? 지금부터 멕시코 전통 신발인 '와라체'를 만드는 올라까삐딴 양준모 대표와의 인터뷰 현장으로 여러분들 초대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올라까삐딴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준비했어요. 스몰레터를 읽으며 즐기시길 바래요!

✍️ smallbrander's 핵심 요약

1. 창업 10년만에 성장의 가도를 걷고 있어요.

올라까삐딴은 2015년 창업한 브랜드로, 초반에는 주요 매출원이 공방의 가죽 공예 수업이었다고 해요. 신발에 대한 집념으로 버틴 결과, 10년 만에 드디어 성장의 가도를 걷고 있는데요. 어떻게 버텼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2. 손으로 만드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외부 파트너십 비결을 공유합니다.

수제작을 해야하는 제품은 늘 처하는 문제가 바로 대량 생산인데요. 올라까삐딴은 작년 한 해 동안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외부 파트너십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요. 올라까삐딴이 어떻게 파트너와 업무하는지 들어봤어요.

3. 완성도 높은 제품과 꾸준한 행보 덕에 해외에서 반응을 얻고 있어요.

와디즈 펀딩을 무려 15차례나 진행한 올라까삐딴은 실패한 적이 있는데도 7전 8기의 정신으로 계속해서 펀딩을 한 브랜드입니다. 이 사례가 너무 멋져서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에도 다뤘었는데요. 제품력이 탄탄한데다가 이렇게 여러 시도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린 결과, 일본 등의 해외 판매 채널에서 먼저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여쭤봤어요.


✔️ 올라까삐딴 간단 요약


Chapter 1 . 창업

Q. 멕시코에서 거주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해외에 대한 동경이 참 많았어요. 외국 영화와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해외 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해외를 얼른 경험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양말 회사의 주재원으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서 디자이너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스페인어를 몰라서, 숫자와 색상만 스페인어로 소통하고 나머지는 영어로 소통했어요. 이후에 5년 간 멕시코에 살며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배웠습니다.


Q. 흥미로워요. '가죽 공예'는 멕시코에서 배우신걸까요?

맞습니다. 주재원으로 3년쯤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멕시코 남부 지역에 배낭 여행을 했는데요. 여행 중 만난 유러피안 친구들의 소개로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국경지대인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San Cristobal de las Casas)' 지역에 있는 직업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처음 가죽 공예를 배웠죠.

그 학교에 입학한 동양인은 제가 처음인 학교였어요. 그리고, 저희 선생님은 11살 때부터, 40년 간 가죽을 만져오신 멕시코인 장인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원초적인 수업이었는데요. 가죽 재단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을 물에 담갔다가 칼로 뒷부분을 가는 기나긴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까지를 배웠습니다.


Q. '수제 가죽 신발 브랜드'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가죽 공예를 시작한 후, 신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계속 됐어요. 2015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덜컥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올라까삐딴’이라는 이름으로 가죽 공방과 함께 가죽 브랜드 운영을 시작 했습니다. 여차저차 많은 여정을 거친 후에도 신발에 대한 미련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창업 5년 차인 2019년에 멕시코에 다시 갔어요. 우선은 제품 수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서 보니, ‘와라체(Huarache)’라는 멕시코 전통 신발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가죽 공예를 배울 당시에는 북미 대륙 원주민의 신발인 ‘모카신(Moccasin)’에 매료되어 있어 보이지 않던 형태였는데, 와라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죠. 그리고, 이 제품을 올라까삐딴의 히어로 제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여전히 신발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강건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입니다.

Chapter 2 . 제품

Q. 올라까삐딴은 주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있나요?

멕시코의 ‘꼬임 샌들’인 와라체(Huarache)라는 가죽 신발을 주로 판매하고 있어요. 와라체는 과거 멕시코 서민들이 신었던 신발이고요. 요즘 멕시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신는 신발은 아니기 때문에 주로 관광지에 걸어놓고 판매할법한 제품이죠. 신발 이외에는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명함 지갑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제품을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제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2019년에 멕시코에 4개월을 머무르며 샘플링의 과정을 거쳤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품질과 편차가 너무 컸어요.

예를 들어, 신발의 바닥면에 내는 구멍을 균일하게 내야 신발의 맵시가 멋지게 나오고 접착력이 균일한데, 대강 칼집을 내서 하는 것과 같은게 올라까삐딴과 맞지 않았죠.

그래서, 와라체의 실루엣 자체는 가져오되 제작은 한국 공장에서 하는 방식도 시도해봤지만, 이 또한 제가 원하는 품질과 간극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가죽끈의 모서리 면을 다듬는 작업을 한국 공장에서는 절대 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도 이해되는 것이, 모서리면은 꼬임 샌들로 만들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모서리를 다듬지 않으면 신발의 탄력도 떨어지고, 꼼꼼하게 들어가지 않거든요. 발에 물집이 생길 수 있고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썼지만, 결론적으로는 훨씬 손이 많이 가도 그만큼 완성도도 높고 고객 입장에서 편안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인 수제의 방식으로 와라체를 만들기로 했어요. 때는 어느덧 흘러흘러 2021년이 되었죠.

Q. 제품 개발에 굉장히 오랜 시간을 투자하셨어요. 그 과정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맞아요. 2019년에 멕시코 4개월 갔다온게 거의 1년의 타격을 줄 정도로 컸어요. 그래도, 내가 원하는 품질의 수제 가죽 신발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가죽 공방으로의 수입이나 OEM, 플리마켓 등으로 계속 버텼어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가죽으로 명함 지갑을 직접 만드는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전문가 분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나 기업에 출강을 가기도 했습니다.

Q. 어떤 가죽으로 제품을 만드시나요?

이태리 소가죽으로 만들고 있어요. 가죽은 이태리 가죽과 이태리 가죽이 아닌 것으로 나뉘거든요. 그만큼 이태리는 가죽 생산에 진심인 나라입니다. 퀄리티가 그만큼 좋아요.

그 중에서도 퀄리티가 좋고 소를 학살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되는 '베라펠레(Vera Pelle)' 협회의 가죽, 그 중에서도 오일 타입 가죽을 사용하는데요. 지금 사용하는 이 가죽도 몇 년에 걸쳐서 찾다가 발견하게 됐어요. 이 가죽은 '에이징'의 과정에서 변하는 색이 과하지 않게 예쁜데다가, 가죽의 질감이 너무 연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아 신발의 모양도 잡히면서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성수동 가죽 공예사 분들과 '제작 협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제품을 공장에서 만들 수 없는 수제 가죽 제품이기 때문에, 성수동의 가죽 공장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공예사 분들과 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년 퇴임의 개념이 있는 업은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 은퇴라기 보다는, 요즘 성수동 시장의 사장이 좋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은퇴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이 분들과의 협업이 올라까삐딴이 ‘사업’으로 한 걸음 진화하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분들이 마감과 본딩을 해주시는 덕분에 올라까삐딴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죠. 2023년에 5,000만 원이 넘는 와디즈 펀딩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대량 생산을 하게 됐고요. 혼자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이 분들과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Q. 협업하시는 공예사 분들의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인데, 그 분들과 관계를 잘 구축하시고 유지하시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이 의외로 소소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업무 후에 밥을 사드린다던지 하는 것과 같은거요. 성수동에서 일을 할 때는 경험하지 못하셔서, 그런 것들을 해드렸을 때 크게 신뢰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작업을 할 때는 “이게 가능할까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렇게 해주시면 됩니다."와 같이 친절하지만 확신에 찬 톤으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고요.

Q. 샌들 특성 상, 여름에 주로 판매하실 수 밖에 없을텐데 겨울 신발을 만드실 계획은 있으실까요?

작년에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인데요. 이건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현 시점에는 겨울 신발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올라까삐딴이 지향하는 브랜드 방향성은 ‘데일밴드’나 ‘스카치 테이프’처럼 꼬임 샌들의 대명사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고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보다 여름 신발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싶어요. 오히려, 우리나라가 겨울 시즌에 여름인 나라에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시즌성 이슈를 극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