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고의 지연’ 사실이면 利敵행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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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지금 문재인 정부 시절의 사드(THAAD) 정상화 지연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당은 이를 중국에 안보 주권을 내준 국기문란·안보농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 규명 차원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대표 등에 대한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사드 정상화 지연 의혹의 단초는 사드 배치를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절차가 복잡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변경한 데 있다. 이와 함께 ‘3불(不) 1한(限)’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도 수반해야 사드 정상화 지연 관련 의혹을 명확히 풀 수 있다. 3불 1한은 사드의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 불가의 ‘3불’과,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1한’을 문 정부가 중국에 선서했다는 설에 근거한 것이다.

만약 문 정권이 3불 1한 준수를 위해 사드 정상화 지연을 획책했다면 이는 사실상 이적(利敵)행위다. 당시 생성된 문서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문서가 있든 없든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고 집행된 과정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처구니없는 일은, 지난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한·중 국방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이 3불 1한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지난 2년간의 이행 현황을 통보하고, 사드의 영구 배치 방지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며, 한·중 양국의 기술 전문가 정례회의를 개최키로 한 점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그 경위와 구체적 내용을 규명해야 한다.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을 때, ‘전자파에 노출된 참외는 건강에 해롭다’ 등 괴담들이 넘쳐났다. 이 때문에 성주의 참외 농가는 막심한 손해를 봤고, 군민들도 반대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사드 배치 후 6년 만에 나온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사드의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좀더 일찍 나왔더라면 사회적 혼란이 빨리 끝나고 사드 배치 운용의 정상화가 앞당겨졌을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정부 5년 동안 국방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문 정부가 임기 내내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고의로 지연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더욱이 문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4년간 측정한 사드 레이더 전자파 검사 결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국방부 보고를 받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드 배치를 두고 확인되지도 않은 괴담으로 국민이 불안해하던 당시 정부는 이를 불식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신속히 실시하고 그 결과를 내놨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만약 이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제 국민은 더는 괴담과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사드 배치와 같은 안보 의제는 비과학적 정쟁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 영화 시나리오도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으면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데, 작금의 정치 선동은 ‘과학 실종 시대’를 연상케 한다.

따라서 사드 정상화 지연 의혹 조사는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하고 향후 유사한 일의 재발 방지와 안보 불감증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이는 다수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을 반(反)정치적 또는 탈(脫)정치적 태도로 내몰게 될 것이다.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前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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