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가 한국의 자영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자영업계의 구조 변화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자영업은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다 보니 자영업종별 증감은 사회구조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
지난해 말 산부인과 의원은 1년 전보다 29곳 늘어난 1742곳이었다. 100대 생활업종 전체로 보면 이 기간 6.7% 증가했는데 산부인과 증가율은 1.7%로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고령의 산모가 늘어나고, 산부인과가 여성의원 역할을 하면서 그나마 감소는 피했다.
이 때문에 장례식장은 예식장과 달리 호황이다. 한국장례협회에 따르면 2021년 1094곳이었던 장례식장은 지난해 6월 1107곳으로 늘었다. 2002년(569곳)과 비교하면 2배다.
최민호 장례협회 사무총장은 “장례식장이 일종의 혐오시설로 분류되다 보니 주민 동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느는 추세”며 “장례식장·화장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서울·경기·부산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은 이용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노래방은 2만7200곳으로, 1년 전(2만7713곳)보다 513곳(1.9%) 줄었고, 독서실은 이 기간 1171개가 사라졌다. 독서실의 감소율은 12.6%로 100대 업종 전체에서 가장 높다.
반대로 헬스클럽과 실내 스크린골프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헬스클럽은 1년 새 1707곳(17%) 늘어 1만1759곳에 달했고, 스크린골프장은 1343곳(21.1%)이 더 생겨 7720곳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 맞춰 개인 건강을 챙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고령화로 골프와 같은 정적인 운동을 즐기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최근 어린이집을 노인요양시설로 바꾸겠다며 자문을 구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신체ㆍ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노인을 돌보는 데 필요한 기구ㆍ노하우 등이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전반적인 자영업 구조와 소비재 등 산업의 틀이 바뀌고 있다”며 “전통적인 소비업종은 위축되고, 건강·교육·금융·레저 등 고령화 밀접 산업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